[백우진의 돈의 세계] 통계와 돈, 양자역학
미국 워싱턴DC 매사추세츠 애비뉴에 자리 잡은 노동통계국(BLS). 매달 실업률 발표일에 BLS를 방문한 기자들은 락업 룸(lock-up room)에 갇힌다. 그에 앞서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 등 개인 소지품을 전부 개별 사물함에 넣어둬야 한다. 기사를 작성하고 전송하는 데에는 공용 컴퓨터를 활용한다.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미국 경제 최대 비밀 지키기’ 기사에 따르면 기자들이 감금되는 시각은 8시. 실업률 보도자료가 뿌려진다. 8시 30분까지 엠바고(보도 금지)가 걸려 있다. 기자들은 엠바고 준수 각서에 서명한 상태다.
BLS가 이처럼 엠바고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통계에 따라 돈이 움직이고, 특히 남보다 먼저 입수한 통계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기자를 통해 실업률 수치를 일찍 알게 될 경우 뉴욕시장 개장 전이라도 국채선물 투자와 차익 실현이 가능하다.
전보다 이른 시기에 통계가 발표된다면, 경제주체 전반의 의사결정에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선 줄 모르고 적극 투자하는 실책을 피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 통계청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속보지표는 의미가 있다. 매월 속보지표는 다음 달 초 발표될 수 있게 집계될 예정이다. 현재 산업활동동향은 매월 통계가 다음 달 말에 공개된다.
속보지표와 관련해 유념할 점이 있다. 속보성과 정확성의 상쇄관계다. 통계가 현상을 더 이른 시일 안에 파악하면 속보성이 강해지지만, 그럴수록 정확성은 낮아진다. 반대로 정확성을 높이려면 속보성을 희생해야 한다. 이를테면 통계의 ‘불확정성 원리’다.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은 입자의 위치 측정과 운동량 측정의 상쇄관계를 가리킨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2일 발표된다. 통계청 속보지표는 내년부터 공표된다. 이 지표가 얼마나 이목을 끌지 궁금하다.
백우진 경제칼럼니스트·글쟁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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