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단군이래 최고 성공 한국, 썩은 리더십에 혼돈”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최고의 성공·성취 속에서도 초고속 양적 성장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 각자 지름길을 가려하는 ‘공동체 해체’를 넘어서야 미래가 있다.”
1948년부터 현재를 돌아보고 건국 100주년까지 대한민국의 갈 길을 내다보는 역저 『대한민국 100년 통사(1948~2048)』를 펴낸 김진현(88)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의 말이다. 언론인 출신으로 과학기술처 장관, 서울시립대 총장 등을 역임하고 세계평화포럼 등 여러 연구기관과 민간단체를 창립해 대표로 활동한 그가 구순(九旬)을 앞두고 이제까지 집필 활동을 집대성한 책을 냈다. 1일 통화에서 김 이사장은 한국사회가 겪는 문제들이 한국만의 것이 아니라 “근대 500년의 문명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며 “다행히도 한국은 이를 극복할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책은 중국 등 대륙세력과 미국 등 해양세력이 만나는 한반도의 지정학에 주목하면서 1945년 이후 대한민국 건국·발전의 가장 큰 토대를 ‘해양화’로 짚었다. 4대 강국(미·중·러·일)에 둘러싸인 한국이 패권 교체의 기회를 잘 잡아 극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음을 현대사의 주요 분기점과 맞물리며 설파했다. 김 이사장은 “우리는 19세기까진 중국 중심의 고도화된 대륙 문명에, 20세기 이후론 세계 최강 미국의 해양 문명에 동화됐다”면서 “비록 분단의 아픔은 겪었지만 한국이 근대화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것은 문명사적 행운이었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유례없는 성공에 따른 도착(倒錯)과 왜곡이 우려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예컨대 저출생을 두고 그는 “1980년대까지 가족계획을 가장 성공적으로 해내 월드뱅크의 극찬을 받았던 한국이 한 세대 만에 인구 소멸 위기에 있다”면서 이 바탕에서 ‘근대성의 위기’를 직시했다. “공정과 관용 대신 이기주의가 앞서면서 휴머니즘이 훼손됐다. 이를 비롯한 사회 문제와 모순이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우리가 해결하면 지구촌 전반에 선구자·개척자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권 등의 ‘썩은 리더십’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공공의식이 사라진 ‘썩은 리더십’이 공동체의 퇴락과 사회 혼돈을 가져왔다. 보편적인 휴머니즘에 충실한 리더십, 적실(適實) 리더십이 이끄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우리 운명이 달렸다”고 간곡하게 말했다.
전날인 7월3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선 그의 출판기념회를 겸해 협성문화재단(이사장 정철원)이 수여하는 협성사회봉사상 시상식이 열렸다. 김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민주화·국제화·선진화와 국민 행복에 헌신한 공로로 상을 수상하면서 상금 5000만원을 사회 나눔에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정대철 대한민국 헌정회 회장이 축사를 했고 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대주교, 이현재·정운찬·김황식 전 국무총리, 송상현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박보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사회 원로가 다수 참석했다.
책은 김 이사장이 건립을 주도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비매품으로 간행됐다. “미래 세대를 위해” 널리 읽히게끔 하려는 저자의 뜻에 따라 조만간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PDF를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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