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사임에 '0승 2패' 친윤계…새 정책위의장 '3라운드'서 붙나

기자회견서 '친한계'에 거듭 불편한 심경 내비쳐
'구주류' 친윤계와 '신주류' 친한계 간 세력 다툼
언제든 폭발 가능성…韓 당직 인선 '가시밭길'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한동훈 대표를 지나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향후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다만 정 의장은 "당헌상으로는 당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면직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는데, 이것이 다소 격앙된 '친윤계'의 심기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한 대표가 새로운 정책위의장을 인선하는 과정부터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점식 의장은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에서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 의장은 사퇴 압박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이날 오후 한 대표가 "인선은 당대표의 권한이다.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당대회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것을 겨냥하며, 정 의장은 "당헌상 임기가 규정된 보직은 당대표·최고위원·원내대표·정책위의장 4개의 보직이 유일하다"며 "당대표는 정책위의장에 대한 면직권을 갖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한 대표의 측근들이 내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거취 고민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정책위의장은 당대표가 원내대표와 협의해 의총의 추인을 받아 임명한다고 규정돼 있다. 의원들께서도 '당헌에 배치되는 주장에 따라서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하셔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대통령실과 사전 소통이 있었느냔 질문에 "전혀 없었다"며 "나와 원내대표가 계속 상의했고 어제부터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당헌 관련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 의장은 사퇴를 이야기하면서도 당헌상 당대표에게 정책위의장 임면권이 없단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다수 의원들이 '물러나서는 안 된다'고 말한 사실을 공개했는데, 이는 의원단 다수를 점하고 있는 구주류 친윤계 의원들의 불편한 감정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정책위의장 사임 문제는 친윤계와 친한계의 세력 다툼에서 촉발됐다는 관측이 중론이다.

당초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와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당직 개편과 관련해 "당대표가 알아서 하시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정이 화합 무드로 돌아서는 분위기로 보였으나, 정점식 의장이 돌연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당정 관계 개선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와 관련해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당내에 '내가 그립을 잡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냈다고 본다"며 "당내에서는 기존 '친윤' 주류 세력과 새롭게 부상하는 '친한'이라는 신주류 세력 사이의 힘겨루기가 본격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사퇴로 전당대회서부터 빚어진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친윤계의 '0승 2패'로 일단락됐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는 만큼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리고 그 다음판은 새로운 정책위의장 인선 과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향후 정책위의장 인선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며 "원내대표와 협의도 해야 하고 의총에서 추인도 받아야 하는 만큼 첫 발짝을 떼는 것부터 험로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