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올선’·입지 ‘아선’·사업 속도 ‘올훼’ [감평사의 부동산 현장진단]

2024. 8. 1.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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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약세에도 들썩이는 올림픽 3대장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단지. (윤관식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환승역인 올림픽공원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륜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숲으로 둘러싸인 듯한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다. 단지 북동쪽으로 길 하나만 건너면 그 유명한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와 기자들 숙소로 조성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은 122개동, 총 5540가구 규모 대단지다. 워낙 규모도 크고 입지는 좋은데 재건축 사업성마저 좋아 언제나 부동산업계 관심을 끄는 단지 중 하나였다.

최근 올림픽선수기자촌 재건축추진단이 본격적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동산업계 관심을 모은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림픽선수기자촌 재건축추진단은 지난 6월 말 재건축 정비계획안 동의서를 송파구청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재건축추진단에 따르면 올림픽선수기자촌 단지 소유주 5540가구 가운데 3850가구 동의서를 확보, 동의율 약 69.5% 달성했다. 정비구역 지정을 위해서는 기존 토지등소유자 3분의 2인 약 66%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정비계획안은 검토를 거쳐 서울시에 입안될 예정이다. 이후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정비구역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와 함께 재건축추진단은 소유자를 대상으로 ‘재건축 추진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정비계획 진행 현황과 향후 사업 일정, 정비구역지정 용역을 맡은 KTS엔지니어링과 40년 전 이 단지를 설계한 우규승 건축가의 정비계획(안) 등이 공개됐다.

방이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 가격이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고 있다”며 “사업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매수 문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한다.

‘올림픽 3대장’으로 불리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등이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모두 현 정부 안전진단 규제 완화 수혜 단지로 꼽힌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지난해 1월, 올림픽선수기자촌은 지난해 2월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아시아선수촌도 지난해 6월 안전진단 문턱을 넘어섰다.

입지와 사업성 두 가지 장점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3곳 단지를 모두 합치면 1만가구가 넘는 미니 신도시급 규모다.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되면 송파구에는 약 2만가구 신축 아파트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비 인상 등 영향으로 재건축 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지만 올림픽 3대장은 오히려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재건축 본격 시작 ‘올림픽선수촌’

1만가구 이상 대단지로 거듭날 듯

1988년 준공된 올림픽선수기자촌은 5540가구로 규모만 놓고 보면 ‘올림픽 3대장’ 중 맏형 격이다.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 아시아선수촌(1356가구)과 비교해 가구 수는 물론 대지면적 등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워낙 땅이 넓다 보니 가구당 대지지분은 넓고 용적률은 낮은 편이다. 재건축 사업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 중 하나인 용적률은 137%에 불과하다. 현재 서울시 재건축 단지 중 가장 용적률이 낮은 단지로 꼽히는 목동신시가지(116~159%)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아시아선수촌 용적률은 152%, 올림픽훼밀리타운은 194%로 올림픽선수기자촌보다 훨씬 높다.

사업성만 놓고 보면 올림픽 3대장 중 올림픽선수기자촌이 가장 낫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올림픽선수기자촌 거래량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올해 1월만 해도 전용 100㎡ 매물은 19억원대에 거래됐지만 2월 이후 꾸준히 20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올해 5월에는 7층 매물이 22억4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가장 비싸게 거래됐던 2021년과 2022년 시세에 거의 근접했다.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입주를 앞두고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 역시 올림픽선수기자촌 몸값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최근 21억원대 거래되고 있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올림픽선수기자촌과 강동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올림픽공원 접근성이나 대중교통 편의성, 송파구(올림픽선수기자촌)와 강동구(올림픽파크포레온)의 행정구역 차이 등을 감안하면 올림픽선수기자촌 입지가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은 송파구에서 가장 동쪽에 자리 잡고 있지만 5·9호선 환승역인 올림픽공원역 초역세권 단지다. 올림픽공원역은 9호선 급행역이라는 점에서 다른 9호선 역세권 단지보다 강남이나 여의도 접근성이 더 낫다. 최근에는 3호선 연장선 일부 정거장이 올림픽선수기자촌 인근에 들어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몸값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훼밀리타운 전용 84㎡ 18억원

준비위,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추진

올림픽선수기자촌과 나머지 단지인 올림픽훼밀리타운(4494가구)과 아시아선수촌(1356가구) 사업 추진 과정 역시 관심이 쏠린다.

먼저 올림픽훼밀리타운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재추위)는 지난해 12월 송파구청과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과 정비계획 입안 제안을 신청했다. 일반적으로 7~10년 소요되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신통기획을 통해 최대한 단축하기 위함이다. 재추위 측은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서울시의 정비구역 지정 검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본다. 사업 속도만 놓고 보면 올림픽 3대장 중 올림픽훼밀리타운이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지하철 3호선과 8호선 환승역인 가락시장역 초역세권 단지다. 단지가 워낙 넓어 1~2단지의 경우 가락시장역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며 3단지의 경우 GTX-A노선을 개통한 수서역도 도보 20분이면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올림픽 3대장 중 용적률이 가장 높아 사업성 자체만 놓고 보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다.

올림픽훼밀리타운은 3개 단지 중 시세가 가장 낮게 형성돼 있지만 거래는 가장 활발하다. 올해 1~2월만 해도 전용 84㎡가 16억원대에 거래됐지만 6월에는 6층 매물이 18억원, 7월에는 1층 매물이 17억7500만원에 손바뀜했다. 해당 면적 호가는 이미 20억~21억원대에 형성됐다.

아시아선수촌은 널리 알려진 ‘입지깡패’다.

서울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을 끼고 있으며 삼성역도 매우 가깝다. 각종 개발 호재가 많아 3대장 중 입지만큼은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민 생활 수준이 높고 전통적인 부촌이라는 느낌을 주는 단지다. 탄천만 건너면 바로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다른 두 단지와 비교해 단지 규모가 작고 사업 속도가 아직 느리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아시아선수촌은 한동안 거래가 뜸했지만 다른 단지와 마찬가지로 올해 5월 이후 다시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7월 전용 151㎡ 매물이 40억원에 거래되며 전고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해당 면적은 2022년 6월 41억8000만원에 거래된 후 줄곧 30억원 중반대에 거래됐다. 전용 134㎡의 경우 올해 5월 종전 최고가(2022년 4월, 37억5000만원)와 같은 가격인 37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름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이 위축되고 있음에도 올림픽 3대장은 상징성과 입지, 규모 등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재건축 아파트기 때문”이라며 “동시다발적으로 올림픽 3대장 단지들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하면서 단지별로 사업성만큼 사업 속도 또한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0호 (2024.07.31~2024.08.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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