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의 9월 인하 가능성에, 셈법 복잡한 한은…집값·가계빚 발목

오효정 2024. 8. 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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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한국은행의 셈법은 복잡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치솟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트는 게 쉽지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이달 부동산 대책 등 불 끄기에 나선 정부의 대책 효과를 살펴본 후 10월 정도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둔화하고 노동시장 여건이 예상에 부합하게 움직인다면 9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9월 인하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Fed가 피벗 신호를 보내면서, 시장에선 한은은 10월쯤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는 이달 22일, 10월 11일, 11월 28일로 예정돼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물가 지표만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앞서 피벗에 나서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한국 물가는 석 달 연속 2%대를 유지하면서 금리 인하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2.4%로 한은 목표치(2%)에 근접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3.5%)에서 동결한 한은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물가 지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금통위 한 위원은 “통화정책의 1차 목표인 물가가 안정되는 것은 고무적이며 오랜 기간 유지된 고금리 정책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이런 물가상승률 하락 추세가 지속한다면 미약한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를 고려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수도권 중심으로 불붙은 집값과 가계부채, 1300원대 환율 등이 한은의 통화정책 진로를 방해한다. 특히 섣부른 기준금리 인하는 주택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18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8%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급증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50건으로 2020년 1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많다.

집값 상승 기대에 가계대출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면서 한 달 새 7조1660억원 증가했다.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큰 증가 폭을 나타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한다든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 잘못된 신호를 줘서 주택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는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가계부채 수준을 중장기적으로 낮춰가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라고도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모든 금통위원은 주택시장 과열 조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소비의 제약과 함께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경진 기자

외환시장 변동성도 통화정책 결정에 앞서 점검해야 할 요소다. 달러 대비 원화값이 1360원대에 움직이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앞서서 금리를 내리면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격차를 더 벌려 환율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수퍼달러(달러 강세)는 수입물가 등에 영향을 줘 하반기 물가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추후 정부의 대책의 효과를 살펴본 후 10월 정도 피벗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이달 공급 확대 위주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 또 주담대에 스트레스 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는 9월에 시행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은이 미국 9월 인하를 지켜본 뒤 10월쯤 인하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도 “금리 인하 후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DSR 규제 강화 등의 조치를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 금리 인하 시점이 연말로 밀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통위의 시선은 부동산 시장과 외환시장에 고정돼 있다”며 “부동산 시장 과열과 외환시장 불안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긴축 통화정책 유지 기간을 연장하는 것인 만큼 11월 첫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게 됐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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