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력서 엉터리로 쓴 김건희 옹호론자 발탁한 '이진숙 방통위'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말>
[신상호 기자]
▲ 이진숙 신임 방통위 위원장, 회의 진행 방송통신위원회 2024년 제34차 회의가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신임 상임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번 회의는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임명 관련 후보자 선정에 관한 건, 한국방송공사 이사 추천 및 방송문화진흥회 임원 임명에 관한 건 등 4건의 의결사항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
ⓒ 방송통신위원회 |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가 지난 7월 31일 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가운데, 이력서 경력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인물도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방통위가 선임한 공영방송 이사들은 공정언론국민연대 등 유사 보수 단체 소속 4명을 포함해, MBC 노조 탄압 등에 가담했던 간부 출신, 여성과 인종 차별 발언을 했던 인물 등 문제가 있는 인사들이 다수 기용됐다.
▲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지난 2022년 4월 4일 <서울신문>에 게재한 칼럼 |
ⓒ 서울신문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은 지난 7월 31일 취임 직후 2인 전체 회의를 열어 방문진과 KBS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방문진 이사에는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 윤길용 전 MBC NET 사장, 이우용 전 춘천 MBC 사장, 임무영 임무영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허익범 변호사(이하 6인)가 임명됐다. KBS 이사는 권순범 현 이사,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서기석 현 이사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상임위원(이하 7인)이 선임됐다.
방문진은 MBC의 최대 주주로, 이사들은 MBC 경영진 임면과 경영 감독에 직접 관여한다. 이에 따라 이날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진 신규 선임 강행은 KBS 경영진 교체, YTN 민영화 등에 이어 'MBC 장악'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마침표로 볼 수 있다. 방문진 이사는 총 9명 가운데 6명이 새로 선임됐는데, 여권 우위 구도로 전환된 이사회는 MBC 사장 해임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 유력하다.
방통위원장 취임 당일 이사 선임 의결은 두고두고 문제가 될 전망이다. 이사들 면면을 들여다봐도 공정성은 물론 기본적인 인권 의식조차 의심받는 인물들도 수두룩하다. 선임된 이사들 중에는 이력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인물도 있었다.
공동취재팀 취재 결과,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김동률 서강대 교수가 '국민의견수렴용 지원서'에 '시청자위원' 경력 기간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지원서 주요 경력 사항에, 근무처를 'KBS, MBC, SBS, YTN, EBS'로 기재하고, 모두 시청자위원 등으로 재직(근무 기간 '2005~현재') 중인 상태로 적었다.
▲ 김동률 서강대 교수의 '국민의견수렴용 지원서'. 김 교수는 지원서 주요 경력 사항에, 근무처를 'KBS, MBC, SBS, YTN, EBS'로 기재하고, 모두 시청자위원 등으로 재직(근무 기간 '2005~현재') 중인 상태로 적었다. 하지만 EBS를 제외하면 모두 재직중인 상태가 아니었다. |
ⓒ 신상호 |
이와 관련해 MBC와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는 모두 "김 교수는 현재 시청자위원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교수는 SBS와 KBS가 누리집에 공개한 시청자위원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도 공동취재팀과의 전화통화에서 '이력서 오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해당 지원서는 지난 15일 방통위 누리집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고, 방통위는 이사 공모를 공지하면서 "기재된 사항이 사실과 다를 경우 임명이 취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 자격 검증은 물론 이력서의 기초적인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방통위 공모 과정에서 기본적인 이력 사항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부실 검증이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면서 "이력 사항이 임명 판단 여부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했는지에 따라 법적 책임까지 거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이사 선임 검토 절차 등에 대한 질의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김동률 교수는 지난해 2월 16일 <서울신문> 칼럼에서는 "김 여사는 커리어 우먼으로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훨씬 적극적이고 다양한 사회적인 삶을 살아왔다.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그런 그녀에게 항간의 논란을 빌미로 관저에서 조신하게 칩거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행여 지나치지 않을까. 한국에서 대통령 부인으로 살아가기란 참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영부인의 적극적 행보를 옹호했다.
지난 2022년 4월 4일 <서울신문> 칼럼에서는 "관변 언론은 이제 민영화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 KBS1, EBS 정도만 공영 언론으로 존재해도 한국인은 아무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 한때 캐비어처럼 귀했던 뉴스가 거리의 쓰레기처럼 넘치는 시대"라면서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주장하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등을 거들었다.
▲ 지난 2020년 1월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단상에 오른 임무영 전 검사 |
ⓒ 김문수 TV 캡처 |
검사 출신인 임무영 방문진 이사는 2011년 출간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 책은 '스폰서'가 검사를 어떻게 소개받아 접대하고, 검사들이 어떤 접대를 받아왔는지 정리한 책이다. 공동 저자인 정용재씨는 이 책에서 자신이 임무영 당시 검사를 접대했던 상황을 이렇게 적었다.
"임무영 검사는 술 마시기 전에는 얌전했는데 룸살롱에 가니까 돌변했다. 아가씨를 무릎 위에 앉혀서 러브샷을 하는가 하면 고추장이나 마요네즈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도 했다. 가장 화끈하게 놀았다."
이에 대해 임무영 이사는 1일 공동취재단 질의에 "다 거짓말"이라고 했다. 임 이사는 "그 사람(스폰서 정용재씨)을 본 적 없고 술 마신 적도 없고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 사람이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다"며 "그 친구(정용재 씨)가 이슈화 시켜서 책을 팔자는 의도가 있다는 말이 돌아서 별도로 고소 등 법적 조치는 안 했다"고 주장했다.
임 이사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블로그에서 장애인과 여성, 인종 차별적 혐오 발언을 남겨 또 다른 논란을 빚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경석 스타일로 지하철을 엎드려서 다니면서 적선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다리를 고무로 감싸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전문용어로는 '인어공주'라고 부른다"면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와 장애인을 싸잡아 비하했다.
비슷한 시기 자신의 블로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의사에 대해 반감을 갖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조선인들이 의사를 싫어하는 건 기질적 특성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다. (중략) 조선인들은 자존심과 자기애가 강한 반면 자존감은 매우 낮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선인들은 병원에 가서도 의사로부터 대접을 받음으로써 자존감을 충족시키고 싶어"하는데 의사가 불친절하여 "특별대우를 받지 못했다고 느끼면서 조선인은 의사에 대한 반감을 갖기 시작한다"고 주장했다.
여성과 인종 차별 소지가 다분한 글들도 있다. 지난해 디즈니 영화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 역을 흑인 여성 배우가 연기한 사실을 두고 "(예술적 관점에서) 흑인 인어공주가 있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다. 문제는 걔가 못생겼다는 거였다"라고 비하했다. 또 "이런 류의 작품들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까요?"라며 "2, 30년 후의 미래에서는 영화에서 본 내용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게 PC('정치적 올바름'을 뜻하는 말, 편집자 주)와 페미니즘, 그리고 대한민국의 좌파가 궁극적으로 노리는 결과"라고까지 했다.
임 이사는 지난해 8월 8일 '잼버리 사태와 윤석열 정부의 실책'이라는 글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민노총 언론장악으로 인해 허니문 기간이 없었다"고 진단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언론 장악을 위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를 비판하는 시각과 일치한다.
또 임 이사는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와 달리 공무원 인사권을 과감하게 행사하지 않았다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져오는 좌파 세력은 참 나라를 치밀하게 말아먹은 것 같다"고 적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진숙 위원장 지지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다. "정상적인 사람을 극우로 몰아가는 건 무식한 좌빨의 종특"(7월 17일), "우리 누님 그동안 마음 고생 많으셨는데 다행히 잘 되셨다"(7월 4일) 등 글을 썼다. 채상병 사망 및 수사외압 사건에 관해서는 "박정훈(수사단장)이 한 짓은 직권남용"(5월 8일)이라고 주장했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는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는 측면에서는 채상병 특검보다 심하다"(5월 2일)라고 적었다.
임 이사는 1일 공동취재단에 문자 메시지로 답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답변 전문을 올렸다. 그러면서 임 이사는 "일반적으로 언론 인터뷰는 답변이 의도대로 나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답변을 미리 공개했다. 혹시 기사의 내용이 제가 한 답변과 취지가 맞지 않아 어색할 경우는 이 글들을 참조해 달라"고 적었다.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①] "언론 입틀막 완성하라"... 이진숙의 'MBC 장악' 배후는 https://omn.kr/29f91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②] 어뷰징 매체에 여론전 의뢰... 그 핵심에 등장한 이진숙 https://omn.kr/29hys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③] 이진숙 'MBC 노조 비방' 여론전, 어뷰징 매체와 2억 5천 계약 https://omn.kr/29k04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④] 공언련과 사정기관, 윤 정부 '언론장악' 손발로 움직였다 https://omn.kr/29lyk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⑤] MBC사장 교체→민영화... 이진숙의 '언론장악' 시나리오? https://omn.kr/29me6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박상희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I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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