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된 파월 "美금리 인하 논의"…9월 피벗 파란불 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8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오는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공식 시사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르면 9월 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며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발언'을 내놓으면서다.
Fed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 후 만장일치로 기준금리(연 5.25~5.5%)를 동결했다. 지난해 7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후 8연속 기준금리를 묶었다. 한국(3.5%)과 미국과의 기준금리 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를 유지했다.
이날 시장이 주목한 건 ‘비둘기파’ 색채가 짙어진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이다. 파월 의장은 FOMC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고용시장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하락한다면 9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9월 인하 가능성을 세 번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파월의 발언에 대해 “9월 금리 인하를 위한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한 이유다.
파월 의장이 “9월에 금리 인하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 데는 이유가 있다. 통화 결정 요건인 인플레이션은 둔화하고, 뜨거웠던 고용시장이 점차 식어가는 지표(데이터)를 확인하면서다. Fed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 3~4월 2.7%(전년 동월 대비)로 올랐다가 지난 6월 2.5%로 둔화했다. 고용도 점차 둔화하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은 연초 3.7%에서 지난 6월 4.1%까지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 신호는 통화정책 결정문의 문구 수정에도 담겼다.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선 ‘높은(elevated)’ 대신 ‘다소 높은’(somewhat elevated)으로 누그러졌고, 고용 증가는 ‘강함(strong)’에서 ‘완만(moderated)’으로 완화한 게 대표적이다. 실업률도 ‘아직은 낮게 머물러’에서 ‘낮지만 상승했다’로 수정됐다.
블룸버그는 “성명 문구 수정이 금리 인하 시기가 더 가까워졌음을 보여줬다”며 “특히 인플레이션 위험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다만 ‘조건부 인하’ 시사란 분석도 있다. 파월의 “경제전망의 변화와 위험 균형이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 증가와 탄탄한 노동시장 유지와 부합하는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발언 때문이다.
시장은 오는 9월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OMC 직후 오는 9월 Fed가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은 90%에 이른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내 2번 인하에 베팅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는 이번 FOMC에 대해 “9월 인하 토대를 마련한 것”이라며 “9월과 12월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하고, 내년에도 인하를 이어가 2025년 말엔 연 3.5~3.75%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Fed가 9월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더 냉각되면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더 풀 수 있다는 것이다. 빅스텝 가능성을 묻는 말에 파월 의장은 “현재로썬 0.5%포인트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 FOMC 회의는 9월 17~18일(현지시간) 열린다. Fed가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지는 앞으로 ‘두 번 남은 고용과 물가 성적표’에 달려 있다. 첫 시험 무대는 2일(현지시간) 발표될 7월 고용 보고서다. 전문가들은 7월 비농업 부문에서 17만5000~18만5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해 6월 20만6000개보다 증가 속도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8월 고용 지표는 9월 6일 발표된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선 이달 14일 나오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다음 FOMC에 앞서 발표될 8월 CPI에 관심이 쏠린다. 7월과 8월 물가 지표가 지난 5~6월과 유사한 둔화 흐름을 보이면 Fed가 인하로 돌아설 단서가 될 수 있다. 7월 물가와 고용 데이터 등을 확인한 파월 의장이 오는 22~24일 열리는 세계 중앙은행장 회의인 잭슨홀 미팅에서 더 가시적인 금리 인하 시그널을 던질 수도 있다.
이날 시장은 환호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58%, 나스닥지수는 2.64% 상승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0.24% 올랐다. 정책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연 4.266%로 하루 전보다 0.103%포인트 하락(채권값 상승)했다.
FOMC 훈풍에 한국 주가와 원화값도 올랐다. 1일 코스피는 외국인 투자자의 3000억원어치 순매수에 힘입어 전날보다 0.25% 상승한 2777.68에 장을 마쳤다. 달러 약세에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10.3원 오른(환율하락) 1366.2원에 거래됐다. 원화값이 1360원대로 오른 건 지난 6월 초 이후 두 달 여만이다.
한편,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1일(현지시간) 통화정책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연 5%로 인하했다. BOJ가 기준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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