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롱블랙, 불붙은 표절 논란… “고유 표현” vs “무슨 근거”

천양우 2024. 8. 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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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측 “롱블랙이 ‘여행의 이유’ 문장 사용”
즉각 반박 나섰던 롱블랙, 이튿날 “깊이 사과”
롱블랙 인스타그램(@longblack.co) 캡처, 연합뉴스


김영하 작가가 유료 뉴스레터 서비스 ‘롱블랙’을 상대로 자신의 저서 ‘여행의 이유’ 중 일부 문장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명예훼손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절대 표절이 아니라던 롱블랙은 하루 만에 사과문을 올리며 논란에서 한발 물러섰다. “의도와 무관하게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문장이었다”며 검수 강화를 약속했다.

김 작가는 3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 이메일의 문장을 잘 봐달라. 혹시 떠오르는 책 없으시냐”며 롱블랙이 자사 유료 회원들을 상대로 발송한 홍보 메일 일부를 캡처해 게시했다.

그가 문제 삼은 부분은 ‘인생의 난제가 풀리지 않을 때면 달아나는 것도 한 방법이죠.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일 겁니다’라는 첫 두 문장이었다. 자신이 산문집 ‘여행의 이유’에 쓴 ‘풀리지 않는 삶의 난제들과 맞서기도 해야겠지만, 가끔은 달아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적은 부분과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김 작가는 “저 그리고 제 주변의 모든 이들이 이 이메일의 문구를 보는 순간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어떤 책의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 바로 떠올랐다”며 “그런데 롱블랙 측에 문의를 하니 우연이라고 한다. 전혀 잘못이 없어 사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무슨 공식 사과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저한테 그냥 죄송하다. 실수였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사과만 하면 그냥 지나가려고 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롱블랙 측은 같은 날 인스타그램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표절 의혹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롱블랙을 운영하는 임미진 타임앤코 대표는 “(김 작가의 게시글 내용은) 롱블랙의 브랜드와 롱블랙 콘텐츠팀 구성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주장”이라며 “이번 소개글을 작성한 콘텐츠팀 리드와 에디터는 모두 해당 책을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

롱블랙은 지난 5월 14일 발행한 자사 게시물에서 이미 ‘여행의 이유’를 한 차례 공식적으로 인용한 사례를 들어 김 작가의 글을 활용하고자 했다면 출처를 밝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사정과 더불어 소개 문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에디터들이 나눈 대화 내용까지 캡처해 김 작가 소속사 측에 전달했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돌아온 건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이를 공론화하겠다’는 일방적 요구였다고 그는 호소했다.

김 작가 소속사 측은 롱블랙이 사용한 ‘인생’ ‘난제’ ‘여행’ ‘이유’라는 네 가지 단어가 “김영하 작가의 고유한 표현”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임 대표는 “(감 작가 측이) 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신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며 “저희는 명예를 걸고 끝까지 대응할 계획”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김 작가가 일방적으로 해당 문제를 공론화한 이유를 설명하고, 표절 의혹을 제시한 게시물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곧이어 김 작가는 롱블랙 측이 게시한 공식 입장을 확인한 듯 “저더러 사과를 하라는군요”라는 댓글을 달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불거지고 하루 뒤인 1일 롱블랙은 인스타그램에 “깊이 사과드린다”는 게시물을 올리며 물러섰다.

롱블랙 측은 “저희의 의도와 무관하게, 비슷하게 보일 수 있는 문장이었다”며 “저희 입장을 설명하기보다, 먼저 이 사태에 대한 유감의 마음을 전달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을 포함해 불편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콘텐츠를 기획, 제작, 발행 및 홍보하는 모든 과정에서 검수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작가나 소속사는 롱블랙 측 사과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해당 문장의 표절 여부나 김 작가와 롱블랙 측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한 SNS 이용자는 “김영하 작가나 롱블랙이나 참 꼴사나운 싸움을 펼친 셈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문장이) 단 한 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단 하나의 패턴으로만 탄생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라고 느껴서 어제오늘 벌어진 일이 좀 답답하게 느껴졌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롱블랙은 2021년 론칭한 뉴스레터형 지식구독 서비스다.

천양우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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