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몸처럼’ 약속한 韓 재래식·美 핵 전력, 첫 통합연습 실시
한·미 군 당국이 핵협의그룹(NCG)에서 약속한 핵·재래식 통합(CNI·Conventional and Nuclear Integration) 도상연습(TTX)을 처음 진행했다.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한 몸처럼 연계하는 이른바 ‘일체형 확장억제’ 가동을 본격화함으로써 더욱 효과적으로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1일 군 당국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와 주한미군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최초의 CNI TTX인 ‘아이언 메이스(Iron Mace·철퇴) 24’를 실시했다. TTX는 '책상 위(table-top) 도상 연습(exercise)'의 줄임말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실제로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양국 군 당국자들이 대응 시나리오를 만들어가는 훈련이다.
합참 관계자는 “이번 CNI TTX엔 한국 전략사 창설 추진단 등 한·미 관계기관이 참여했다”며 “참석자들은 유사시 미국 전략적 작전에 한국 재래식 능력 지원을 위한 공동 기획절차를 포함한 확장억제 강화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의 CNI TTX는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을 근거로 논의되기 시작해 세 차례에 걸친 한·미 핵협의그룹(NCG)에서 윤곽이 잡혔다. 한·미는 지난 6월 3차 NCG를 마친 후 “TTX를 통해 CNI 개념을 발전시켜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상은 지난달 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미 한반도 핵억제핵작전 지침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당시 군 당국은 CNI의 의미를 놓고 “비핵국가인 한국이 양자 차원에서 미국과 직접 핵작전을 논의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북 억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의 한반도 핵 정책에 한국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의도다.
양국 정상은 해당 지침을 평가하면서 "북한의 한국에 대한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는 발전된 CNI 개념을 토대로 북한 정권을 붕괴할 수 있을 만큼 핵 공격을 단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CNI 실행 방안은 향후 TTX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한국의 F-35A, 탄도미사일 현무-5를 미 핵전력과 조합해 운용하거나 나토의 스노캣(SNOWCAT) 훈련처럼 미국의 핵 작전을 한국 전력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실기동 훈련(FTX)으로 구현될 수 있다. 일각에선 한국이 이중목적항공기(DCA·Dual-Capable Aircraft)를 도입해 B61계열 중력폭탄 같은 미국의 전술핵을 운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CNI 개념이 발전되면 재래식 전력 위주로 꾸려진 양국 작계의 틀도 바뀔 수 있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는 동맹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CNI TTX를 지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사령관 “올해 연합연습에 핵 시나리오는 없어”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한미연구소(ICAS) 주최 온라인 세미나에서 ‘오는 8월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상정한 작전 시나리오가 적용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시나리오에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UFS 연습 때 핵 작전 연습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8월 UFS 연습 이전에 별도로 TTX를 실시할 예정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러캐머라 사령관은 또 이 자리에서 중국 위협에 맞서기 위해 주한미군 감축 등 역할 재조정이 거론되는 데 대해 “한국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만이 아니다”며 “우리는 한국에 대한 모든 종류의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한국 간 상호방위조약에는 적을 거명하고 있지 않다”고도 덧붙였다. 중국이 한반도 안보에 위협으로 부상할 경우 주한미군이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근평·이유정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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