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차’ 타자…지난달 5대 銀 가계대출 3년여 만 최고 증가

김남준 2024. 8. 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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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가계대출이 약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서울 등 일부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거래가 급증하면서다. 정부가 규제를 더 강화하기 전에 돈을 빌려 집을 사자는 이른바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이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 시작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막차타고 집사자…5대 銀 가계대출 7.2조 늘어


1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15조7383억원으로 6월 말(708조5723억원)과 비교해 7조1660억원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 대비 늘어난 것은 올해 4월 이후 4개월 연속이다. 특히 월간 증가 폭으로는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가계대출 증가세가 커진 것은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이 오르며 부동산 매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다섯째 주(지난달 29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대비 0.28% 상승하며 1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특히 그 직전 주인 7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3% 오르면서, 2018년 9월 둘째 주 이후 5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상승했다.

이런 영향에 7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6월 말 대비 7조5975억원(552조1526억원→559조7501억원) 늘어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도 이 기간 29조1395억원 (638조8317억원→609조6922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9월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를 시행하면 대출 한도가 줄기 때문에 그 전에 집을 사자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택 구매를 위해서 주담대를 받는 것은 물론, 요구불 예금에 맡겨 놓은 자금까지 끌어쓴 것”이라고 말했다.

6월 말 대비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기업대출도 6조8803억(818조2285억원→811조3482억원) 증가하며 올해 1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 1713억원(102조7781억원→102조668억원) 오히려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금리인하 앞두고 가계부채 더 늘어날 수도


가계대출 관리는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조만간 미국을 따라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최근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인상 추세였다. 금융당국이 은행에게 가계대출 관리를 압박하며 주요 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금리를 올렸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기존 주택 보유자가 추가로 주택을 살 경우 한시적으로 주담대를 내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나면서, 지난달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 기준금리를 인하해 대출금리가 내려가면, 대출을 받는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컨틴전시 플랜 준비…증가세 이어가긴 힘들 것”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면서, 관리 수준을 보다 더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날 취임 일성으로 가계부채 관리를 내세우며 “금리 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캠코 양재타워에서 열린 새출발기금 간담회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금융당국 내부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가계대출 증가세가 더 이어지기는 힘들 거라고 예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담대를 중심으로 지난달 가계대출 상승세가 일부 이어진 측면은 있지만, 규제 강화 전 대출 막차를 타자는 심리 때문에 수요가 더 몰린 측면도 있다”면서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등 규제를 본격 시행하면, 대출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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