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HBM, 中에 수출 제한" 美, 추가 규제 검토
미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대(對) 중국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규제 카드를 준비 중이다. 중국 기업에 직접 HBM을 납품하는 것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국내 반도체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8월 말 중국에 HBM 공급을 제한하는 미국의 추가 조치가 공개될 전망이라며 “마이크론·SK하이닉스·삼성전자의 HBM2(2세대)와 HBM3(4세대), HBM3E(5세대) 등 첨단 AI 메모리칩과 이를 만들기 위한 장비가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D램 여러 개를 쌓아 올린 HBM은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 전송할 수 있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처럼 AI 가속기에 필수 부품으로 쓰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전 세계 HBM 시장의 9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화웨이 제재한 FDPR, HBM 수출도 규제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의 수출을 제재할 근거로 ‘해외직접제품규칙(FDPR, 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의 기술·장비를 사용해 만든 제품이라면, 그게 외국 제품이라도 미 상무부가 수출 통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칙이다. 미국 기술과 장비가 전혀 없이 최첨단 반도체를 개발·생산하기란 어렵기에, 미국은 FDPR을 제재 수단으로 동원해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기 중국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기 위해 FDPR을 활용했고, 조 바이든 정부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이 규칙을 적용했다.
한국 기업 영향은
조치가 시행되더라도 AI 가속기와 함께 묶인 메모리 칩 판매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될지는 불분명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은 엔비디아가 중국 전용으로 만든 AI 가속기 ‘H20’에 HBM3를 공급하고 있다. H20은 엔비디아 주력 제품인 ‘H100’보단 성능이 다소 낮지만 미국 규제로 첨단 반도체를 구하기 어려운 중국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중국의 거침없는 테크굴기
이번 조치는 미국이 막아도 막아도 보란듯이 급성장하는 중국의 첨단기술 산업에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목적이 강하다. 중국은 엔비디아의 첨단 칩을 밀수해오면서까지 A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성과도 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가 출시한 AI 가속기 ‘어센드 910B’는 엔비디아 A100의 80~120% 성능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중국의 비디오 플랫폼 회사인 콰이쇼우가 선보인 동영상 생성 AI인 ‘클링’은 오픈 AI의 ‘소라’를 뛰어넘는 성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소비자 대상으로 출시되지 않은 소라와 달리, 클링은 지난 6월 일반에 공개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 AI 개발에서 미국이 선두에 있긴 하지만 중국이 따라잡고 있다”라며 “최근 중국 회사들이 미국에 필적하는 AI 기술을 공개했고 이 기술은 이미 전 세계 소비자, 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 손에 쥐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픈소스(개방형) 기술이 중국의 AI 기술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알리바바·텐센트 등 빅테크들은 최근 오픈소스로 공개된 미국 메타의 최신 대형언어모델(LLM) ‘라마 3.1’를 빠르게 채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라마 모델은 중국 많은 스타트업이 자체 생성 AI 제품을 구축하는 데 쓰는 기반 모델”이라고 했다. 미국의 AI 모델을 발판 삼아 중국의 AI 기업과 개발자들이 AI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민주주의 진영의 AI가 권위주의 진영의 AI를 뛰어 넘어야 한다”라며 미국 기업들이 만든 오픈소스 AI가 중국을 돕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의 ‘시그라프 2024’ 대담에서 애플의 폐쇄형 플랫폼을 비판하는 등 오픈소스 모델을 강력하게 지지한다.
中, HBM도 국산화할까
미국의 견제에 맞서 중국의 HBM 국산화 움직임도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HBM 생산을 위해 양쯔메모리(YMTC) 자회사인 우한신신과 협력하기로 했고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도 HBM 개발에 뛰어들었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새 조치는 중국 CXMT의 기술 개발을 저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 업체가 HBM2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산 HBM이 양산되더라도 글로벌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및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중국이 HBM을 만든다고 해도 표준에서 벗어나 엔비디아 등에 공급하기는 어렵고, 내수용으로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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