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회로 그만"…삼성반도체 수장, 호실적 다음날 '작심발언'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이 “최고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조직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1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다. 전날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2분기에만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을 올리며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전 부회장은 “경쟁력 회복보다는 시황이 좋아진 영향”이라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삼성 반도체에 현재를 모면하기 위해 비현실적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가 퍼져있다”면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전 부회장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공식 메시지를 낸 것은 지난 5월 취임사 이후 처음이다. 전 부회장은 LG반도체를 거쳐 2000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메모리사업부장, 삼성SDI 사장을 지냈다. 삼성은 반도체 리더십이 흔들리자 지난 5월 전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했다. 그는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한 기술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호실적은 호황덕...경쟁력 되찾자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이 예상되지만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전 부회장은 “경영현황이 개선됐지만 근원적 경쟁력 회복이라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부터 메모리·파운드리(위탁생산)까지 포괄하는 세계 최대의 종합반도체회사(IDM)로 성장했지만,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기술 흐름이 빠르게 변하면서 여러 반도체 사업이 오히려 경쟁사에 각개격파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삼성이 지난 30년 동안 압도적 선두를 지켰던 차세대 메모리 기술개발 경쟁에서 SK하이닉스·미국 마이크론이 삼성을 앞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주로 팔리는 메모리 제품은 삼성이 전성기를 달리던 때 개발이 끝난 기술”이라면서 “올해 실적과 상관없이 앞으로 삼성의 위치가 지금과 같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전 부회장이 이 같은 근본적인 경쟁력 문제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반도체 조직 문화 바꿔야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특유의 ‘전영현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삼성 반도체 조직 전반에 이식 중인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취임 직후 사내에 회의 참석자 수를 최소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면서 “회의에 참석하는 인원이 많으면 일방적인 보고로 흘러가기 때문에 꼭 필요한 인원만 모여 깊이있는 토론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성과급 예상보다 많을 것”
영업이익을 성과급 산정 기준으로 변경한 SK하이닉스와는 달리 삼성전자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라는 자체 공식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정한다. 다만 올해 반도체 부문에서 20조원 넘는 영업이익이 유력한 만큼, 지난해 0%였던 OPI 지급률은 30~40% 수준으로 높아져 직원들이 받을 성과급도 평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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