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타자"…주담대 한달새 7.6조 늘었다
[한국경제TV 김예원 기자]
<앵커>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월 한달 사이 7조 6천억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융당국 압박에 은행들이 가계대출 금리를 몇 차례 인상하며 대응했지만, 대출 수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던 건데요. 추가적인 대출 규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지난 7월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올 들어 가장 많이 늘었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 7,383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6월 말 대비 7조 1,660억 원 넘게 증가한 수치인데요.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넉달 연속 평균 5조원 이상 늘어나고 있는데,
7월에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늘었고, 이는 2021년 4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 수준 증가폭입니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주담대 잔액으로 좁혀서 보면 7월 한달간 5대 은행에서만 7조 6천억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앵커>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자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7월 마지막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25% 상승하며 19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맞물리며 주택 매매 심리가 커진 거고요. 정부의 엇박자 대책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그동안 디딤돌과 신생아특례 같은 정책대출 상품들의 조건을 완화해왔습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한도 규제인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시점을 7월에서 9월로 2달 미뤘었죠.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규제까지 뒤로 밀리고, 사실상 정부가 가계대출 막차 수요를 부채질한 셈이라는 겁니다.
<앵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 금리 인상일텐데요. 실제 은행에서도 금리를 막 올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대출은 더욱 더 느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주담대 금리 추이를 보면요. 올해 지속 하락 추세죠. 6월에 집계된 주담대 금리는 2021년 12월 이후 30개월 만에 최저 수준입니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가계 부채 관리를 주문하면서, 은행들도 대출 문턱도 높이고, 한달에 최대 3번까지도 대출금리를 올리고는 있는데요.
실제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을 합쳐 7월 한달에만 14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습니다.그런데도 대출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은행채와 코픽스 등 주담대 지표금리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어섭니다.
실제 고정형 주담대 금리 산정에 쓰이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30일 기준 3.27%로 6월보다 더 떨어졌습니다.
은행들이 잇따라 가산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세를 방어하기엔 역부족인 겁니다.
<앵커>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속도보다, 시장금리 하락 속도가 더 빠르다는 거네요.
오늘 4대 경제금융당국 수장이 모인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했습니다. 정부의 대책이 추가로 나올까요?
<기자> 네, 오늘 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가계부채 하향 안정화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가계부채 관리에 긴장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겠단 방침인데, 구체적인 대책이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
정부는 정책대출에 한해서도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우대금리를 통해 대출을 적게 빌리도록 유도하고 이를 빨리 갚으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도록 조정을 했고요.
이밖에도 DSR 규제 범위를 전세 대출로 확대하는 등 추가적인 방안도 고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당국이 2021년 은행별로 대출 한도를 지정하고 초과시 영업을 중단시켰던 '가계대출 총량제'가 부활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는데요.
이에 대해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정량적인 기준을 가지고 조치하는 것은 기계적이다, 경험상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향후 나올 부동산 공급책과 더불어 정부 대책을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김재원, 김성오, 영상편집: 이가인, CG: 심재민
김예원 기자 yen88@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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