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포인트 더 달라"…이재용 없는 빈집에 몰려간 '전삼노'

최선을 2024. 8. 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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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삼성전자 파업 해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 직원 3만6000명이 가입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집 앞을 찾아 총파업 해결을 촉구했다. 전날 회사 측과 현금 20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 지급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되자 회장 집 앞을 찾은 것이다.

전삼노는 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교섭에서 노조 요구 안건이 단 하나라도 인정됐다면 이 자리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노조 경영 철폐를 약속한 이 회장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림픽 관람과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프랑스 파리 출장 중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29일부터 사흘간 집중 교섭을 진행했으나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당초 전삼노는 ▶전 조합원 기본 인상률 3.5%(성과급 인상률 포함 시 5.6%)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 ▶노조 창립 휴가 1일 보장 ▶파업 조합원의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해 왔다. 사측은 집중 교섭에서 ▶노조 총회 8시간 유급 인정 ▶전 직원 여가포인트 50만 지급 ▶향후 성과급 산정 기준 개선 시 노조 의견 수렴 ▶올해 연차 의무 사용일수 15→10일 축소(남은 만큼 연차수당 보상) 등을 제시했다. 사측은 노조 요구의 대부분을 수용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삼노가 교섭 막판에 조합원 대상 ‘삼성 패밀리넷’(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하며 끝내 교섭이 결렬됐다. 현금성 포인트 요구는 그간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을 우회적으로 보전받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삼노 측은 2년 치 임금협상 타결에 대한 보상인 만큼 200만 포인트가 과한 요구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 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어긋나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파업 참여 조합원들의 임금 손실 부담이 커지면서 협상 타결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8일부터 이날까지 25일째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의 경우 대리급은 400만원, 과장급은 500만원의 임금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전날 협상안에 오른 ‘현금성 보상 250만 포인트’로는 노조가 조합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의 임금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전삼노는 “일부 부서에서 파업 참가자를 색출하는 등 부당 노동 행위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반도체 공정 중 필름 공정에 문제가 생겨 웨이퍼 1000랏(lot·24~25장 묶음)이 대기 중이라는 주장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파업에도 고객 물량 대응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오는 5일 국회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연다. 향후 시민사회단체 등과 연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대표교섭권 종료일(5일)을 앞드고 투쟁 수위를 높이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사무직노조 ▶구미네트워크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 ▶전삼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등 5개의 노조가 있다. 그중 전삼노 조합원이 3만6000여 명으로 가장 많다. 5일 이후 다른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을 진행하거나 다시 교섭 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이 경우 전삼노는 쟁의권을 잃어 파업을 이어갈 수 없다.

전삼노는 동행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노조로부터 교섭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받은 상태다. 동행노조가 이의를 제기한다면 전삼노가 다시 대표교섭권을 갖기까지는 3~4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이 경우 삼성전자 노사는 2023~2025년 3개년치 임금 교섭을 병합해야 할 수 있다. 앞서 동행노조는 지난달 26일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강성 노조의 힘은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며 전삼노를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개별 교섭 여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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