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끼쟁이 조정석의 비범한 매력

이준목 2024. 8.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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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

[이준목 기자]

 tvN <유 퀴즈 온 더 브록>의 한 장면.
ⓒ tvN
 
"40대는 고민이 많을 때인 것 같다. 예전에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이제는 병원을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건강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딸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으로서의 무게를 느꼈다. 이제는 원톱 영화의 주연을 맡게되면서 걱정과 부담도 많아졌다.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로서, 지켜야할 가정에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책임감으로서, 더 잘하고 열심히 살고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연기의 정석'에서 '아빠의 정석'이 되고싶은 40대 중견배우로 돌아온 조정석의 진솔한 고백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7월 31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아래 <유퀴즈>)에서는 배우 조정석이 출연하여 자신의 연기와 인생 이야기를 고백했다.

조정석의 재치 

조정석은 신작 코미디 영화 <파일럿>에서 파격적인 여장 변신을 감수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유재석과 조세호도 극중 주인공이 <유퀴즈>에 출연했다는 컨셉트로 영화에 카메오 출연했다. 조정석과 MC들은 실제 <유퀴즈> 방송과 흡사하게 연출된 영화 장면을 함께 지켜보며 신기해했다.

극중에서 능청스러운 여장연기를 선보인 조정석은 '우리 고모 닮았다', '1초 박보영',  '최강희와 공동 주연인 줄 알았는데 둘다 조정석이었다'는 누리꾼들의 기발한 각종 댓글이 쏟아지기도 했다.

조정석은 "처음엔 민망하고 어색했는데 어느날 가발 쓴 머리가 약간 젖은채로 촬영을 하다가 문득 거울을 봤는데 '어,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며 만족스럽더라"며 쑥쓰러운 미소를 지었다. 여장에 맞게 최대한 갸름하고 여성적인 턱선을 연출하기 위하여 지압과 마사지까지 받았다고.

2018년에 가수 거미와 언약식(결혼식)을 올린 조정석은 어느덧 7년차 부부이자 '딸바보' 아빠로도 유명해졌다. 지금도 가족끼리 종종 '상황극' 놀이를 즐긴다는 조정석은 "딸은 거북이, 엄마가 코끼리라면 저는 해파리가 된다"며 딸 예원 양이 자신에게만 자꾸 이상한 캐릭터를 지정해준다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한편으로 이처럼 실전에서 갈고닦은 현실 육아 경력 덕분에, 극중에서 아빠 연기가 누구보다 자연스럽다는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조정석은 춤, 노래, 연기 등 못하는 것이 없는 끼를 두루 갖추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한없이 평범한 반전매력으로도 유명하다. 대표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오랫동안 함께 작업했던 신원호 PD는 "조정석은 연예인으로 태어났지만 평범함을 지향하는 친구"라고 정의한 바 있다.

배우로서의 조정석에 대하여 "온 몸에 타고난 끼가 잔뜩 장착되어 있어서, 손끝 하나, 대사 한마디로 사람을 감는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평소에 일상인으로서의 조정석은 "누구보다 평범한 보통의 남편, 아빠와 다를 것이 없다"면서 "그렇게 연예인같지 않은 모습이라 더 예쁘다"는 것이 신 PD의 평가다. 조정석은 감사해하며 "저 역시도 그런 것 같다"며 신 PD의 평가에 공감했다.

조정석은 "저는 시키면 다 하는 스타일이다. 뭐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뿐이다. 흥이 많지만 조용한 편이기도 하다"며 "그런 모습들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재다능한 조정석은 여행예능 <꽃보다 청춘>에서 함께하며 친분을 쌓은 제작진들과 인연이 계기가 되어 최근 자작곡으로 이루어진 1집 앨범도 준비중이라고. 극중에서도 여러번 뛰어난 노래실력을 과시한 조정석은 평소 집에서 탁월한 가창력으로 유명한 아내 거미와 취미로 듀엣송을 종종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가내 보컬트레이닝'을 받고 있었다.

가정과 일 병행... 만능아빠

어느덧 올해로 데뷔 20주년이 된 조정석은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그래도 후회는 없는 것 같다. 너무 치열하고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2004년 뮤지컬 <호두까지 인형>으로 데뷔한 조정석은 2010년까지 첫 7년간을 돌아봤더니 쉬었던 날이 단 보름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조정석은 "그때는 그렇게 해야만 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며 열정적으로 달려왔던 젊은 시절을 회고했다.

스무살에 부친을 일찍 잃고 가장이 되어야만 했던 조정석은 "열심히 해야만 했던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잠시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고 담담히 털어놓으며 "세월이 약이라고 시간이 흐르다보니 그런 삶에 몸에 뱄고 이겨내고 있더라. 그 시간을 버텨낸 제 자신이 너무 뿌듯하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어느덧 20주년이 된 지금도 조정석은 별다른 공백기 없이 매년 꾸준히 새로운 작품에 출연하며 부지런히 필모그래피를 추가해가고 있다.

조정석은 만일 '나를 위한 하루'가 주어진다면, "집에 혼자서 라면과 맥주를 즐기며 보고 싶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실없는 농담도 나누고, 재미있는 예능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전했다.

이어 조정석은 "그날 저녁에 아내에게 전화가 와서 '하루 더 있다 온다'는 연락이 온다면 완벽할 것 같다"는 농담을 했다가 비로소 현실을 자각한 듯, "여보 미안해, 이건 아니야"라고 황급히 정정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조정석은 윤경호, 김남길, 진구, 김성균 등 동갑내기 배우들과 80년생 친목모임인 '팔공산'을 만들어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고. 조정석은 '밥값은 N빵, 우정은 만빵'이라는 룰에 따라 맹장수술로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을 때도 참가비를 보내야했고, 말이 느려서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종종 커트당한다며 서운함을 호소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으로 조정석은 어느덧 40대 중반의 나이에 접어들며 배우이자 가장으로서 접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고충들을 털어놓았다. 중년의 나이가 된 또래들을 보면서 건강문제, 딸을 잘 키워야한다는 아빠로서의 책임감, 영화의 원톱 주연으로서 흥행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 등을 실감하게 된다고. 또한 조정석도 어느덧 영화에서 동료 배우나 감독보다도 나이가 더 많은 '최고 선배-연장자'의 대접을 받는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서 낯설게 느껴졌다고.

이에 MC 유재석은 "내가 일부러 짊어지려고 하지 않아도 알게 모르게 짊어지는 어깨 위의 짐들이 있다"고 조정석의 고민에 공감하며 "내가 50대가 됐다고 나이만큼 비례해서 마음이 커지는 건 아닌데 사람들은 그 나이 대에 있는 어른으로 보는 것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유재석은 "때로는 나도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고 조언을 받고 싶기도 한데, 때로는 현장에서 나의 선택과 판단만을 기다리는듯 바라보는 시선이 어렵다"면서 사람들의 중심에서 남들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책임감의 무게에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조정석은 "20대 때는 다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그런데 한 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크게 느껴지더라"며 "지켜야 할 가정이 생겼기에 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것 같다"고 털어놓으며 앞으로도 성실하고 우직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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