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PICK]자고 일어나니 월드스타? 여전사 김예지, 3일 금빛 총성 울린다

고봉준 2024. 8. 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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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의 2010년 충북체고 3학년 시절 사진. 날카로운 눈빛으로 표적을 겨냥하는 자세가 지금과 똑같다. 사진 대한사격연맹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지고, 무심하게 세계신기록을 깬 인터넷 스타가 탄생했다.”

미국 유력방송 CNN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인터넷, 세계신기록을 세운 한국의 올림픽 저격수를 사랑하게 됐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 무명 선수를 집중 조명했다. 스포츠 섹션의 상단을 차지한 이 기사는 또 “모자를 거꾸로 쓴 채 강철 같은 시선으로 표적을 응시한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라며 호기심을 드러낸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월드스타가 됐다.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저 여전사가 누구인가”, “빨리 액션배우로 캐스팅해야 한다”는 댓글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CNN과 영국 BBC 등 주요 외신까지 가세하면서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유명인사가 됐다. 2024 파리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32) 이야기다.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사격의 유력 메달권 후보 정도로 분류된 김예지는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올랐다. 발단은 지난 5월 아제르바이젠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경기 장면이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다. 당시 김예지는 모자를 거꾸로 쓴 채 냉철한 눈빛으로 표적을 겨냥하며 시선을 압도했다. 특히 10m 권총 여자 결선에서 세계신기록(42점)을 세우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얼굴로 무심하게 총을 내려놓는 영상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영상이 몇 달 뒤 인기를 끈 이유는 테슬라 CEO이자 소셜미디어 X의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가 입소문을 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최근 X를 통해 “액션영화에도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겉 같다. 빨리 캐스팅해야 한다”며 김예지에게 관심을 드러냈고, 누리꾼들이 이를 세계 각지로 전하면서 김예지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사격계의 안젤리나 졸리로 떠오른 김예지는 이제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열린 공기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인터뷰에서 자신을 TV로 지켜볼 딸을 향해 “엄마가 조금 유명해진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 장면은 김예지의 반전 매력을 더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대한사격연맹은 1일 김예지의 과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14년 전인 2010년 충북체고 3학년 시절의 앳된 사진인데 지금과 마찬가지로 날카로운 눈매로 총을 잡는 사진이 눈길을 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최근 기사화가 되고 있는 영상과 비교해 사격 자세와 사진 구도가 비슷해 공유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김예지와 관련된 자료가 있다면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귀띔했다.

김예지. 파리=김성룡 기자

이처럼 사로 밖에서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예지가 다시 탄창을 장전한다. 김예지는 2일과 3일 프랑스 앵드로주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리는 25m 권총 예선과 결선에서 금메달을 조준한다. 앞서 공기권총 10m에서 은메달을 딴 만큼 이 기세를 몰아 금메달까지 추가하겠다는 각오다.

자신감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김예지는 지난 5월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에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당시 파리올림픽 금메달 2개를 목표로 내걸면서 “내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누구보다 미친 듯이 훈련했고, 지난 월드컵에선 세계신기록도 세웠다. 한국 사격이 금메달 1개를 이번 대회 목표로 잡았는데 내가 그 예상을 깨겠다”며 당차게 말했다. 공기권총 10m 경기에선 금메달을 딴 오예진에게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뺏겼던 김예지. 이제는 세계적인 스타덤을 앞세워 자신의 올림픽 첫 번째 금메달을 겨냥한다.

파리=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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