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후원금 목적 외 사용' 나눔의 집, 후원금 반환해야"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 '나눔의 집'이 후원금을 모집할 당시의 목적대로 후원금을 사용하지 않아 후원자에게 후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후원자 이모씨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 조계종 나눔의 집을 상대로 낸 후원금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후원계약의 목적은 단순한 동기에 머무르지 않고 계약 내용에 편입됐고, 그 목적은 계약 내용의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라며 "피고가 표시하고 원고가 인식했던 이 사건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하고, 원고가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착오를 원인으로 한 이 사건 후원계약 취소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기 어렵다"고 파기환송의 이유를 밝혔다.
나눔의 집은 홈페이지에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후원 ▲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후원으로 구분해 각각 다른 후원계좌로 후원금을 모집했다.
이씨는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활동을 위한 후원' 관련 계좌로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매월 5만원씩 후원금을 납입했다.
그런데 2020년 5월 나눔의 집 일부 직원들이 '나눔의 집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다면서 모집한 막대한 후원금이 대부분 법인에 유보돼 있고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비로 치료비 등을 지출하는 상황'이라는 폭로를 했고, 이와 관련된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이에 이씨를 비롯한 후원자 23명은 나눔의 집 법인을 상대로 후원금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씨 등은 재판에서 자신들은 정해진 목적에 후원금을 사용할 것을 조건으로 '부담부 증여'를 한 것인데, 나눔의 집은 애초 그 같이 사용할 의도가 없었으면서도 목적을 가장해 후원금을 모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위적으로 착오에 의한 후원금 계약 취소 및 부당이득 반환 내지 부담부 증여임을 전제로 한 계약 해제 및 부당이득 반환을, 예비적으로 사기에 의한 불법행위 또는 자기결정권(선택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이씨 등의 청구를 기각, 나눔의 집의 손을 들어줬다.
먼저 재판부는 "이 사건 후원계약을 부담부 증여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부담부 증여는 증여를 받는 수증자에게 어떤 법적 채무를 부담시켰을 때 성립하는데, 이씨 등이 정기 후원 계약을 맺고 후원금을 납입한 것이 나눔의 집에 그 같은 법적 채무를 부담하게 한 증여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또 재판부는 나눔의 집이 후원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씨 등 후원자들을 기망하거나 착오에 빠지게 했다고 볼 수 없고,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도 없다고 결론 내렸다.
1심 패소 판결에 대해 이씨 등 5명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나머지 4명은 2심 패소 판결에 상고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지만, 이씨는 상고해 대법원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특정한 목적을 위한 기부 또는 후원을 내용으로 하는 증여계약에서, 그 목적이 민법 제109조에서 정한 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관한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1항은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원고는 피고의 후원 안내에 따라 후원금이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에 사용돼 왔거나 현재도 사용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인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의 인식은 장래에 있을 어떤 사항에 대한 단순한 예측이나 기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 예측이나 기대의 근거가 되는 현재 사정에 대한 인식도 포함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했다.
또 재판부는 "피고가 모집한 대부분의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돼 있다는 사정은 후원 당시 피고 스스로 밝힌 후원 목적 및 이에 의거해 원고가 가지게 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라며 "피고가 표시하고 원고가 인식했던 이 사건 후원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하고, 원고가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이 사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고, 평균적인 후원자의 관점에서도 그렇다"고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을 파기한 이유를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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