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서 본 ‘티메프 사태’ 핵심 변수는 ①인가 전 M&A ②조사위원 실사 ③채권자협의회
2일 류광진·류화현 대표 회생법원 심문
개시 전 조사위원 선임 해 실사 가능성도
법리적 판단 외 정책적 요소도 반영
계속기업가치>청산가치 평가가 관건
편집자주 - 사상 초유의 ‘판매 대금 미(未)정산’ 사고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와 큐텐(티메프 모기업)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자본잠식 상태에서 소비자가 낸 물건값을 기업 인수 용도로 쌈짓돈처럼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1일 티메프에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진행한 가운데 티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상거래채권자들의 피해는 눈덩이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티몬·위메프의 향후 예상 구조조정 전개 과정을 짚어보고, 남은 뇌관과 제도적 보완점을 상·하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1조원대 정산과 환불 지연 사태를 빚은 티몬·위메프(티메프)가 2일 서울회생법원 2부(법원장 안병욱)의 류광진 티몬 대표·류화현 위메프 대표 심문을 기점으로 법원 관할에 놓이게 됐다.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포괄적 지급 금지 명령으로 채권이 동결돼 민사 소송은 무의미해진다. 현재로선 상거래 채권자들이 떼인 돈을 돌려받으려면 법원의 회생 또는 파산 결단만을 지켜보는 방법밖에 없다.
회생 개시 결정은 법원이 채권동결로 ‘법적 보호막’을 쳐준 상태에서 매출, 현금흐름을 일으켜 기업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절차다. 통상 대표자 심문 후 한달 내에 결정된다. 다만 티메프 사태 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기업에 한해 조사위원(회계법인) 실사 과정이 추가되기도 한다. ‘개시 전 조사위원 선임’으로 불리는 이 단계에서 계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다는 결과가 나오면 티메프는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물론 여기서도 ‘인가 전 인수·합병(M&A)’ 절차가 남아있다.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청산가격 수준으로 값이 떨어진 티메프를 사려고 하는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인수대금 일부가 채무 변제에 쓰일 수도 있다.
다만 현재로선 회생 또는 파산 둘 중 무엇이 결정되더라도 입점한 판매자들이 거래 대금을 100% 돌려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회생으로 갈 경우 기업이 채무 일부를 탕감 받아 담보가 없는 상거래 채권자들에게까지 변제 순위가 가기 어렵다. 파산 신청을 하면 티메프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돈을 돌려받는 길이 막힌다.
파산 갈 경우 ①인가 전 M&A만이 살길
법조계에서는 티메프가 “3600억원 적자로 회생 불가”로 파산 결정이 났던 의정부경전철 사업(서울회생법원 법인파산21부·2017년) 수순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한다. 티몬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기준 80억원, 결손금은 1조 2644억원에 이른다. 위메프도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억원, 결손금은 7559억원이다.
법원의 파산관재인을 다수 역임한 최성일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의정부경전철도 국책사업으로 정책적으로 살려야 하는 유인이 컸지만, 제도가 바뀌지 않는 이상 적자폭 증대를 회수할 방안이 없었고, 결국 기존사업자는 파산시키고 수익성이 나타날 수 있게 제도를 바꾸는 절차를 밟았다”고 했다. 정산대금 지연이나 고객대금 미분리 예치 같은 구조적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 한, 법원이 문제가 된 사업구조를 가진 e커머스 업체를 끌고 가는 것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회생 신청 당시 채권자 수가 3만7000명에 달했던 동양(서울중앙지법 제6파산부·2015년), 기업회생 절차 중에 KG컨소시엄에 인수된 쌍용차(서울회생법원 회생1부·2022년) 전례도 유사 사례로 언급된다. 소액채권자가 많고, 파산 결정 시 무고한 피해자가 속출한다는 점은 동양과 비슷하다. 회생 절차 과정에서 M&A 시장에 나올 경우 가격 메리트가 높다는 점은 쌍용차와 유사하다.
하지만 쌍용차의 경우 부품 납품업체들을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이 탄탄해 인수자를 찾기가 용이했다. 반면 티메프 같은 e커머스 플랫폼은 대체 플랫폼이 많아 매물로서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M&A로 갈 경우 청산가치 가운데 채권자 변제율을 제외한 나머지가 지분이 통상 출자전환되는 구조인데, 이 경우에도 상거래채권자들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턱없이 작다.
②조사위원 보고서 가치 산정이 핵심…③채권자협의회 조율도 복병
관건은 회계법인이 평가하는 티메프의 조사 보고서다. 청산가치가 높다고 판단될 경우 파산, 계속기업 가치가 높다고 볼 경우 회생이 결정되는데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자구안과 M&A 계획도 도출된다. 법원은 이날 심문을 시작으로 티메프 측의 운전자금이나 공익채권 비중, 매출채권 확보 정도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법원이 선임하는 조사위원들의 조사보고서에도 이 부분이 들어간다.
기업구조조정 및 회생·파산 분야 전문가인 조동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률가들은 가치를 매기진 않는다. 결국 회계법인이 계속기업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다고 판단할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했다. 또다른 기업구조조정 전문 변호사는 “법원 입장에선 법리적인 면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면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데, 기존에 매출활동이 왕성했다면 채무조정이라도 해서 회사를 살리는 것이 산업 생태계 보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봤다.
회생 계획이 인가되더라도 뇌관은 많다. 채권자협의회가 꾸려질 때 티메프 담보권을 가진 선순위 채권자와 소상공인 같은 상거래채권자 간의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들 입장에서는 청산을 하고 담보를 실행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해관계 조정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티메프 피해 일부 소상공인 업체를 대리하는 박종모 법무법인 사유 변호사는 “채권자협의회 구성 이전에 현재로서 채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때 채권신고를 하는 것”이라면서 “회생 개시 명령 후 채권자 목록을 제출할 텐데 제때 기재하지 않으면 채권이 소멸될 수 있고, 변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어지게 된다”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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