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나눔의집, 후원금 돌려줘야”…반환 소송 막판 뒤집었다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집 후원자들에게 후원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는 1일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이하 대책모임)이 나눔의집 운영사인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을 상대로 낸 후원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위안부 할머니’ 후원 목적과 사용 불일치…취소 사유”
재판부가 말한 착오는 ‘후원의 목적’이다. 나눔의집은 후원금을 받으며 ①위안부 할머니 복지 ②위안부 역사관 건립 ③국제평화인권센터 건립 등 각 목적에 쓰일 계좌를 따로 기재했고 원고는 ①위안부 할머니 복지 계좌에 후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돼 있다”며 “원고의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소송은 2020년 윤미향 전 의원이 이사장을 맡았던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회계 부정 논란으로 시작됐다. 경기 광주에 있는 나눔의집은 정의연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는 양대 단체 중 한 곳이다. 정의연 사태 직후 나눔의집 직원들이 국민권익위 등에 나눔의집 운영진 부정 운영 의혹을 제기해 사건이 공론화했다.
사건을 조사한 경기도 민관합동조사단은 2020년 8월 “2015∼2019년 후원금 89억원 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 나눔의집으로 보낸 금액은 2억원(2.3%)에 불과했다”며 “법인과 시설의 회계처리와 운영이 분리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국가인권위도 같은 해 10월 “나눔의집에서 다수의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대책모임 소속 50여명이 나눔의집과 정의연을 상대로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거면서 후원자를 기망해 후원금을 모집했다”며 9000만원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정의연에 대한 소송은 1심 도중 윤 전 의원의 형사 사건(횡령·배임 혐의) 재판이 별도로 진행 중인 관계로 분리돼 나눔의집 상대 원고만 23명 남았다.
2022년 12월 1심 재판부는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에 사용할 의사가 없었는데도 원고를 기망하거나 착오에 빠뜨려 후원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후원자가 나눔의집이라는 시설에만 쓰이도록 목적을 한정해서 후원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나눔의집이 아닌 곳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도 사회복지활동 영역에 해당한다”는 차원이다.
또 재판부는 ‘후원금 89억원 중 2억원(2.3%)만 시설에 지출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나눔의집은 유보된 후원금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하여 사용할 계획임을 밝혔다”는 점도 짚었다. 지난해 11월 2심 재판부 역시 “1심 판결이 정당하다”며 이를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같은 원심을 뒤집은 최종 판단에 대해 “후원자가 인식한 계약의 목적과 후원금의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하는 경우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행위 당시 장래에 대한 인식이 실제 사실과 다르다면 착오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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