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서 수영한 선수들 소감보니..."맛 좋지 않아"[파리올림픽]
"맛이 좋진 않다. (물 색깔이) 약간 갈색이다."
"괜찮았으면 좋겠다. 강물을 1리터는 마신 것 같다."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처음으로 치러진 2024 파리 올림픽 여성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경기에 참여한 선수들이 남긴 소감이다. 수질 문제로 이틀 연속 훈련이 취소되고 첫 경기마저 미뤄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마침내 센강에서 올림픽 경기가 개최됐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여성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참여한 55명의 여성 선수는 이날 오전 8시 센강으로 입수해 탁한 수질, 사나운 유속에 맞서 1500m를 헤엄쳤다. 이후 육지로 돌아와 경기를 지속했다. 토니 에스탕게 파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프랑스TV와의 인터뷰에서 "마법과도 같다"고 센강에서의 올림픽 개최에 기쁨을 드러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X) 계정에서 "우리는 100년동안 불가능했던 것을 단 4년만에 달성했다. 이제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다"고 자축했다.
프랑스가 수십억유로를 투입해 추진해온 센강 경기는 불과 자정까지도 개최 여부가 불확실했다. 당초 전날 예정됐던 남성 트라이애슬론 경기가 이날 여성 경기 이후로 미뤄졌을 정도로 수질 문제가 우려됐던 탓이다. 전날 조직위는 7월26~27일 파리에 내린 비 등으로 센강의 수질이 악화돼 일부 수영 코스 지점에서 측정된 대장균 등의 수치가 허용 한계를 넘어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동일한 이유로 이틀 연속 트라이애슬론 훈련조차 취소된 상태였다.
WSJ는 "주최 측에 악몽같은 시나리오"라며 "이날마저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트라이애슬론이 (수영을 제외한) 듀애슬론(철인2종 경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참가자들이 센강에서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당일 새벽 4시께였다.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 3시20분에 입수한 센강의 수질 분석 결과, 세계수영연맹의 수질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발표했다. 여성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예정대로 오전 8시에 시작됐고, 연기됐던 남성 경기는 여성 경기가 마친 직후인 오전 10시45분부터 치러졌다.
이른바 '똥물 수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센강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의 후기는 어떨까. 경기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뉴질랜드의 아인슬리 소프는 "(물) 맛이 좋지 않았다"면서 "약간 갈색"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세스 라이더는 "괜찮았으면 좋겠다"면서 "물을 1ℓ 정도 마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의 팀 동료인 테일러 스파이비는 센강에서의 경기를 대비해 "지난달에 프로바이오틱스를 많이 먹었다"면서 "어떻게 될지 보자"고도 말했다. 한 선수는 기자들에게 "한 잔 가져다주겠다"며 "맛을 보고 싶다면"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WSJ는 이러한 후기들을 전하며 "적어도 지금까지는 큰 문제는 없다"고 전했다. 허프포스트는 "경기를 치를 정도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판단됐지만, 입수한 선수들은 여전히 즐거운 경험이 아님을 인정했다"면서 "올림픽 주최측이 기대했던 피드백은 아닐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미러 US는 일부 선수들이 코스를 완주한 후 구토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이날 센강에서 경기를 치른 선수들 사이에서는 수질보다 강한 유속에 따른 사고 발생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럿 확인됐다고 AP통신 등은 보도했다.
센강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고 해서 앞으로 수질 논란에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언제든 기상 상태에 따라 센강의 수질이 경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시 악화할 여지가 남아있다. 오는 5일에는 트라이애슬론 혼성 릴레이 경기가, 8~9일에는 마라톤 수영 경기가 치러진다. 주최측은 필요시 조정, 카누 경기를 개최하는 베르쉬르마른 경기장에서 마라톤 수영 경기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직위는 "최근 발생한 것처럼 기상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앞으로 며칠간 수영 코스의 수질 결과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프랑스의 야심 찬 목표를 위해 수질에 초점이 맞춰지는 현 상황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아프리카의 앙리 슈만은 AP통신에 "모든 이야기는 강에 대한 것이지, 선수들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며 "약간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는 이번 올림픽 개최를 위해 2015년부터 센강 수질 개선을 추진, 약 14억유로를 투입해 지하수 저장분지 건설, 하수 인프라 개조, 폐수처리 업그레이드 등을 진행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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