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리면 美문의' 결정타…방문진 물갈이에 쏠린 尹·MBC 악연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이 취임 첫날(지난달 31일) 현충원 참배도 생략한 채 출근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6인을 임명하자 윤석열 대통령과 MBC의 악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야당의 수차례 탄핵 시도에도 윤 대통령이 자신의 최측근인 2명의 방통위원장(이동관·김홍일)을 잃어가며 방문진 이사 교체 나선 건, 결국 공영방송 MBC의 재편을 위한 포석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야권 우위에서 여권 우위로 전환된 방문진은, 12일 현 이사진의 임기가 만료되는 대로 MBC 사장 교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전날 방통위가 의결한 KBS 이사진 7명의 임명안도 1일 재가했다.
정치권에선 용산과 방통위가 이같은 속도전에 나서는 이유로, 야당의 연이은 방통위원장 탄핵 발의라는 현실적 문제와 더불어 지난 2년간의 정권 위기에 MBC가 잠복해있다는 시각에서 비롯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윤 대통령과 MBC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배경으로는 2022년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벌어진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욕설 자막’ 보도가 거론된다.
당시 뉴욕에서 열렸던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했던 윤 대통령이 행사장을 빠져나오며 한 발언을 MBC는 “(미국)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냐”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했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회는 한국 국회이고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며 허위 보도라고 반박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MBC 워싱턴 특파원이 미 국무부에 자신의 욕설 논란을 질의한 것에 불쾌해했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실 관계자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타로, 한·미 동맹을 훼손하려는 악의적 행위로 봤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법원은 MBC의 해당 보도를 허위로 판단했고, MBC는 항소했다.
이후에도 용산과 MBC의 충돌은 이어졌다. 지난 총선 기간 여당을 가장 괴롭혔던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출국 금지 논란과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회칼 테러 발언 등은 모두 MBC의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당시 이 전 대사의 논란을 두고 MBC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야당이 결탁한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며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현 국민의힘 대표)이 두 사람의 거취 결정을 요구했고 결국 사퇴로 일단락됐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바이든, 날리면는 물론 이종섭-황상무 보도 등 MBC는 여권 공격의 최선봉에 섰다”고 말했다. MBC의 보도가 유튜브와 커뮤니티로 번지고, 이것이 다시 야당의 공격 포인트로 되돌아온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현 정부의 이명박(MB) 정부 출신 인사가 많다 보니 ‘광우병 보도 트라우마’의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8년 MB정부 초기 MBC PD수첩은 주저앉은 소의 모습을 편집하는 등 광우병의 위험도를 자극적으로 방송했고,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더불어민주당은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진 교체가 ‘공영방송 장악’이란 입장이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원 2인 체제로 방통위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며 탄핵의 근거로 삼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고발까지 했다. MBC노조에서도 이 위원장의 자유한국당 입당 이력을 거론하며 “정치권을 기웃거린 인사가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고 있다. MBC 장악 시도에 맞설 것”이란 입장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임기가 만료되는 방문진과 KBS 이사진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후임자를 임명한 것일 뿐”이라며 “야당이 법치주의와 헌법에 어긋나는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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