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분쟁 지역’ 논란 軍 정신교육 교재, “영토 분쟁 없다” 재발간
독도를 영토 분쟁 지역으로 묘사, 큰 비판을 받은 뒤 전량 회수됐던 국방부의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가 7개월 동안의 보완 작업을 거쳐 재발간됐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영토 분쟁’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기존 교재의 독도 관련 대목은 이번 수정본에서 “독도는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이며, 영토 분쟁은 있을 수 없다”는 문장으로 새로 서술됐다.
앞서 5년 주기로 개정돼 지난해 말 새로 배포된 해당 교재는 중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국가의 대립을 다루면서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쿠릴 열도, 독도 문제 등 영토 분쟁도 진행 중”이라고 써 비판을 받았다. 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할 때마다 '독도는 우리의 고유 영토이므로 어떤 분쟁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발간 직후 파장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이 ‘엄중 조치’를 지시했고, 국방부는 "치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했다며 일선 부대에 배포됐던 교재를 전량 회수했다.
국방부는 3개월 이상 감사를 통해 지난 4월 “관련 내용에 대해 집필 과정에서 이미 문제 제기가 이뤄졌지만 수용되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발간 당시 담당 국장(정책기획관)이었던 육군 소장 등 2명에 대해 경고, 담당 과장이었던 육군 대령 등 2명에 대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정식 징계를 내리지 않은 데 대해 국방부는 법령을 명백하게 위반한 사실이 없고 중대한 오류에 고의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한반도 지도에 독도를 추가 표기하는 작업도 이번에 이뤄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토지리정보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국가 지도집'의 표기 방식을 준용해 독도가 그려지지 않았던 한반도 지도 11곳에 독도를 넣었다”고 말했다.
일본과 관계를 다루는 대목도 보완됐다. "일본과는 신뢰 회복을 토대로 공동의 이익과 가치에 부합하는 미래 협력과 동반자적 관계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기존 문장은 “일본과는 일부 정치지도자들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하는 한편, 한·일 공동의 안보현안에 대해서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다”로 대체됐다. 일본의 역사 왜곡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다양한 분야의 협력은 강화한다는 점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이 "군사적 보통국가화를 꾀한다"는 부분은 빠지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기조를 발전시키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혜안과 정치적 결단으로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은 지도자"라는 기존 표현에서 ‘혜안’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다. 아직 논쟁이 끝나지 않은 역사적 인물 평가에서 주관적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기존 교재가 다루지 않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내용이 새로 추가되기도 했다. 수정본은 NLL에 대해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해상경계선”이라며 “1953년 설정된 이래, 대한민국이 실효적으로 관할해 온 ‘실효지배의 원칙’과 북한이 1973년까지 인정 및 준수해 온 ‘묵인의 원칙’에 따라 법적 실효성이 명백하고 우리 군이 지난 70여년 간 피로써 지켜온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고 서술했다.
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다”고 NLL 인근 도발을 암시한 것을 염두에 두고 경계태세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국가(國歌)로 김일성 찬양가를 사용한다"는 내용은 뺐다. '국가'라는 표현이 자칫 북한을 나라로 인정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법적으로 '반국가단체'에 해당한다.
“북한을 추종하는 우리 내부의 위협 세력”이라는 표현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화를 구걸하거나 말로 하는 평화, 즉 가짜 평화에 기댔던 나라는 역사에서 사라졌다”는 서술은 이번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지난 정부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던 대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장병들은 총을 들고 싸워야 한다"며 "군인을 위한 정신전력 교재는 일반 국민이 모두 알아야 하는 사실을 다루는 책들과는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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