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저축銀, 상반기 ‘적자 늪’…추가 충당금 ‘후폭풍’
고금리 지속에 PF 충당금 적립 폭탄, 실적 악화 요인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상반기 160억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냈다. 2분기 금융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강화와 부실사업장 정리 영향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 직격탄을 맞고 적자를 면치 못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저축은행 등 4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159억원의 순적자를 시현했다. 전년동기 대비 적자(-176억원) 규모는 줄었으나 고금리에 따른 업황 부진과 충당금 폭탄으로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KB저축은행의 경우, 1분기 흑자를 냈지만 2분기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분기 81억원의 순손실로 1분기 113억원의 순이익을 거의 다 까먹었다.
2분기 적자 전환은 직전분기 대출채권 매각 기저효과와 업황 부진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의 PF 사업성 재평가로 충당금도 1분기 109억원에서 2분기 241억원으로 증가했다.
다만 상반기 합산으로는 32억원의 순이익으로 전년동기(-112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부터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고 채권을 매각한 것이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금융저축은행도 2분기 대규모 적자로 1분기 흑자가 빛이 바랬다. 1분기 1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으나 2분기에는 PF 재평가에 따른 추가 충당금 적립 후폭풍으로 293억원 순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상반기 순적자 규모가 280억원에 이르며 오히려 전년 동기(-260억원)보다도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하나저축은행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하나저축은행은 상반기 36억원의 순손실로 전년 동기(26억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PF 사업성 평가에 따른 선제적인 충당금 추가 적립이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회사는 상반기 365억원(1분기 163억원·2분기 202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는데 이는 지난해 상반기(331억원)보다 34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여기에 위험자산 감축에 따른 대출 잔액 감소로 대출 이자 수익이 줄어들며 부진한 실적에 한 몫 했다. 하나저축은행은 그룹 연계 대출을 확대하고 PF와 브릿지 등 위험자산은 감축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매진할 방침이다.
신한저축은행은 4대 지주 저축은행 중 가장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 순이익이 125억원으로 전년 동기(170억원) 대비 4.5% 감소했지만 다른 곳들에 비해 선방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PF 영향 속에서 취한 보수적인 영업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권 전체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4대 지주 계열 저축은행이 상반기에도 적자를 내면서 국내 79곳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PF를 포함한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충당금은 물론 고금리로 인해 여전히 연체율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예금 금리가 낮아지며 조달 비용이 떨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업계가 5000억원대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 한 해 적자 규모(5758억원)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전망에는 금융당국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당국은 향후 6개월 이내에 PF 재구조화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 아래 경공매를 통한 PF 정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초 6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에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실시하게 했지만 3개월 이상 연체된 PF대출에 대해 1개월마다 경공매를 실시하도록 조건을 강화했다.
결국 저측은행 입장에서는 PF 재평가 이후 부실사업장에 대한 충당금을 대폭 쌓든지, 헐값에 부실사업장을 매각하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이 정리해야 할 사업장이 4조원 규모로 당초 예상을 2배 웃도는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지부진한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가 날 것”이라면서도 “가격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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