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돈 뜯기며 가는 길... 이들이 사하라 사막 건너는 법
[안치용 기자]
▲ 영화평 <이오 카피타노> ⓒ 안치용 |
난민영화다. 세네갈의 16살 두 소년이 고향을 떠나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꿈에 그린 이탈리아에 도착하는 로드무비. 사하라 사막과 지중해를 건너는 험난한 여정인데, 정작 이들을 괴롭히고 길을 막아서는 건 모래나 파도가 아니라 사람들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 이오 카피타노 |
ⓒ 태양미디어그룹 |
영화는 시공간을 비틀지 않고 사건을 순서대로 잔잔하게 보여 준다. 세네갈에서 출발해 시칠리아에 도착하는 전 과정이 흐름대로, 관점에 따라 냉담하다 할 정도로 무심하게 그려졌다. 가난하지만 엄마와 형제들과 행복하게 사는 세이두(세이두 사르)와 사촌 무사(무스타파 폴)는 음악을 연주하고 곡을 쓰며 예술가로서 빛나는 미래를 꿈꾼다. 어린 나이답게 유럽에서 스타가 되겠다는 황당한 꿈을 품고 세네갈에서 탈출해 이탈리아로 밀입국하는 계획을 세운다. 엄마 몰래 막노동하며 모은 돈으로 마침내 가출을 결행하지만, 여정은 그들의 예상과 달리 험난하다.
아프리카 난민의 유럽 밀입국엔 여러 국가의 여러 조직이 관여한다. 당연히 그들은 여행사가 아니다. 감언이설로 모객해 여비를 받아낸 다음 현장에선 번번이 약속을 깬다. 불법적인 행위에 관련된 범죄 조직은 범죄 조직이니 그렇다 치고, 국경을 넘을 때마다 등장하는 각국의 정규군이나 경찰도 대놓고 불쌍한 난민을 핍박하고 통행세를 뜯어간다.
사하라 사막을 건널 때 사람이 차에서 떨어져도 차는 그대로 질주한다. 떨어진 사람이 차를 따라잡으려고 달려오지만, 곧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 사람은 죽은 목숨이다. 도보로 사막을 이동하는 중에 힘에 부친 사람이 낙오해도 그를 챙길 수 없다. 그를 돌보다간 가이드를 잃어버린다. 줄지어 같이 걷다가 누가 쓰러져도 버려두고, 뒤돌아보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앞에서 제 갈 길만 가는 가이드와 보조를 맞춰야 사막을 건넌다.
▲ 이오 카피타노 |
ⓒ 태양미디어그룹 |
지중해를 건너는 건 영화 제목 < 이오 카피타노(IO CAPITANO) >과 관련 있다. '이오 카피타노'는 "나는 선장이다"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극중 세이두는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로 밀항하는 배를 몬다. 항해술을 배운 적이 없고 심지어 수영조차 할 줄 모르는 세이두를 밀항조직이 배를 몰게 한 것은 세이두가 미성년이어서 이탈리아에 도착했을 때 배를 몰았다고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자신들이 위험에 빠지는 대신 난민을 가득 채운 낡은 배의 조타핸들을 세이두에게 맡기고 항해하는 방법을 한번 설명을 들은 세이두가 배의 선장이 된다.
아름다움과 추함의 공존
극중 인물의 예상보다 여정이 험난하지만, 관객도 그렇게 느낄까. 이 로드무비는 해피엔딩이다. 세네갈에서 출발해 온갖 고초를 겪으며 사하라 사막을 건너고 리비아 트리폴리에서 노동하며 번 돈으로 이탈리아에 밀입국하는 과정이 힘겹기는 하지만 뉴스를 통해 형성된 선입관만큼 비참하지는 않다. 전 여정에 걸쳐 인권침해·약탈·아비규환의 참혹한 장면이 펼쳐지지만, 예상한 것보다는 고통이 생생하게 묘사되지 않았다. 카메라가 여정의 고통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둔 느낌이다.
▲ '이오 카피타노' 포스터 |
ⓒ 태양미디어그룹 |
간난고초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며 서로를 돕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오 카피타노>가 아프리카의 현실을 어느 수준으로 반영했는지 알 수 없지만, 사실을 충분히 담아내면서도 동물처럼 도망치기만 하는 방식으로 난민을 표현하지 않았다. 현실 고발과 인간 승리를 병행해 포착한다.
이러한 연출이 균형 잡힌 시각일지, 사태의 엄중함을 가리는 것일지에 관한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베니스영화제 수상은 전자의 입장을 시사한다. 고통에 집중해 그렸다면 관객이 보기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고통을 눈물이 아니라 잔영으로 남게 하는 연출이다. 당의정을 택했다고 봐도 된다. 귀향이 아니라 이향이니 오디세이아는 아니다. 유럽 도착 이후 16살 소년의 미래는 상상의 영역이다.
글 안치용 영화평론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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