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샌드박스 '심의 지연' 해결 위해 민간 조정기구 운영
신산업규제혁신위 심의·의결 절차 마련
부처가 선제안하는'기획형' 방식 확산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운영 과정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심의 지연 사례를 개선한다. 기존에 있던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 역할을 확대, 개편해 민간 전문가 중심의 조정·심의 기구를 운영한다. 해당 위원회는 이해관계자 이견으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권고안을 내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조정 역할 '혁신위' 마련…연내 시행 예정
정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43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신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 강화 내용을 담은 '규제샌드박스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자율차, 드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한 혁신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기업이 현행 규제에 막혀 시장 출시를 못 할 경우 특정 기간(특례 기간)에 규제를 한시 유예해 길을 열어주는 것이 골자다. 이후 사업 유효성과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다면 관련 규제를 혁파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정부는 2019년 규제 샌드박스 첫 시행 이후 지난달 기준으로 총 1266건의 승인과 308건의 규제 개선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 운영 과정에서 법령 제·개정 등 여러 개선 작업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해결할 과제가 있는 만큼 지난 3월부터 학계와 기업, 관계부처 등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업무 현황을 살펴 이번에 개선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이번 개선 방안에 '체계적인 관리·지원 체계 구축'과 '실증 단계별 운영 개선' 두 축을 중심으로 여러 개선 사항을 담았다. 이를 통해 심의를 시작으로 특례 부여와 실증 개시, 법령 개정까지 길게는 4~5년씩 걸리던 기간을 2~3년 안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특히 가장 문제로 꼽혔던 심의 지연을 개선하기 위해 제3의 중립적인 민간 중심 조정 기구 운영에 나선다. 지난해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부터 90일 내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규제특례위원회 안건 상정이 미뤄지는 등 문제가 있어서다. 현재 1년 이상 심의가 지연된 사업은 78건에 달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규제개혁위원회 산하에 있던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혁신위)' 기능을 확대, 개편한다. 혁신위는 심의나 상정이 지연될 때, 실증 목적에 맞지 않는 (특례 부여) 부가 조건을 뒀을 때, 법령 정비가 지연됐을 때 역할한다. 심의 조정 권고안을 의결하고 관련 부처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규제개혁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재논의하는 역할도 한다. 민간·학계에서 선임한 위원장(1명)과 위원(4명), 규제혁신기획관(간사)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혁신위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에선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 개정 작업이 이뤄진다. 다만 시행령 개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기에 국무총리 훈령에 법적 근거를 먼저 마련할 예정이다. 정병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은 "(혁신위) 인적 구성이 되면 총리 훈령에 따라 업무는 바로 진행될 것"이라며 "10~11월 정도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하향식 '기획형 규제 샌드박스' 운영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분야별로 절차, 기준이 불명확하다 보니 겪는 사업자 어려움도 개선한다. 규제 샌드박스 여덟 개 전 분야에서 공통 적용되는 표준 업무 처리 절차를 마련해 통일성 있는 제도 운영에 나선다.
규제 부처나 지자체의 비협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선 반기별로 규제 샌드박스 성과를 점검해 국무회의 등에 보고하고 우수 부처에 인센티브를 준다. 정부 업무 평가 때 규제 샌드박스 추진 성과 반영 비율을 확대하고 행정안전부에서 시행하는 지자체 평가에서도 추진 실적을 반영한다.
여덟 개 분야별로 각각 개설돼 있던 규제 샌드박스 홈페이지의 연계성을 높이고 사업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또 사업 신청자에게 심의 진행 상황을 단계별로 제공해 투명한 심의 절차를 마련한다.
기존 바텀업(Bottom-Up) 방식의 규제 샌드박스를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확대하는 '기획형 규제 샌드박스'도 생긴다. 부처가 규제 개선 과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사업자를 모집,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식이다. 정 규제혁신기획관은 "작년에 시범적으로 일부 도입돼 시행되고 있었다"며 "앞으로는 전 부처로 확산해 일반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증 진행 단계에선 법령 정비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실증 데이터 축적, 관리를 강화한다. 이 과정에서 원활한 안전성 검증 계획 수립 및 필요 데이터 항목을 정하기 위해 표준화한 안전성 검증 방식을 마련해 실행할 계획이다. 행정연구원과 전문 연구기관 용역 및 과거 사례 등을 분석해 연말쯤 양식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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