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보수가 잘한다? 윤 정부 덕분에 '환상' 깨졌다
‘사의재의 직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국정운영 경험이 있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더 포용적이고 더 혁신적이며, 더 민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맞대고자 한다. <기자말>
[김유찬]
▲ 윤석열 대통령이 7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 경제가 이제 눈에 띄게 활력을 되찾고 있다"면서 그 요인으로 ▲세일즈 외교 ▲규제 혁파 ▲법인세 인하,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을 꼽았다. |
ⓒ 연합뉴스 |
한 시기의 경제성과는 그 시기의 정책효과를 그대로 담지 못한다. 그 전 시기 경제정책들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쳐서 시행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들도 많다. 또 수출에 의존하는 소규모 국가의 경우 대외여건에 따라 경제성과가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이에 한 정부의 경제정책은 그 시기의 경제성과보다는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어떤 경제정책을 운영하였느냐의 관점에서 평가되는 것이 적절하다. 이런 관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비교하여 윤석열 정부의 경제성과와 경제운영에 대하여 평가해보자.
윤 정부 경제성과 : 성장률은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고
▲ [표] 성장률, 고용 및 물가지표 (단위 : %) |
ⓒ 포럼 사의재 |
물가상승률은 2020년까지 안정적인 수준이었으나 2021년부터 오르기 시작했고, 2022년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1%로 치솟았다. 2023년에 3.6%로 다소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윤 정부 들어 실업률은 '수치'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고용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지표와는 달리 현실에서는 고용불안이 줄지 않고 있다. 실업률은 낮지만, 잠재실업자까지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윤 정부의 경제운영 : 국민 외면한 채 부자감세와 긴축재정으로 일관
윤석열 정부의 경제성과를 요약하면,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에 못 미치는 경기침체 상황이며 고용지표는 양호하나 좋은 일자리는 감소해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정도다. 고물가로 인하여 서민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가계의 실질소득은 뒷걸음질쳤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경제상황을 극복하는 데 유효한 정책을 운영하고 있는가?
지난 2년 윤석열 정부가 경제운영에서 주력한 부분은 부동산시장 가격안정화와 대폭 감세를 유발하는 조세정책이다. 다음 순위로 특정 대기업을 위한 특혜적 투자지원책을 들 수 있겠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시장에 개입하여 물가바스켓에 들어있는 품목들의 가격을 묶어두고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등의 소극적 조치만 했을 뿐이다. 하지만 고물가에 고통 받는 서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치는 보이지 않았다.
산업정책에서는 R&D예산 삭감으로 무리수를 두었고 커다란 저항과 부정적 경제효과를 야기했다. 대외무역정책에 있어서 기업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구조가 만드는 어려움에, 정부의 역할을 필요로 했지만 정부는 그러지 못했다.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가격안정화'로 포장했지만 진실은 오직 다주택자 230만 가구의 자산 가격을 지켜주는 것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나 무주택자, 서민은 안중에 없었다. 윤 정부는 다주택자 취득세, 양도세 부담을 줄이면서 다주택자 주담대 금지규제 해제 등 다양한 주택경기 활성화 대책을 쏟아냈다.
윤 정부는 시스템안정과 거시경제안정관리를 위해 부동산경기 연착륙 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스템안정이라는 공적 가치보다는 정치적 지지세력인 230만 다주택자(및 다주택 보유가구)의 경제적 이해를 지켜주기 위한 것이다. 대출확대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떠받쳐주면서,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려 부동산기업의 부채를 줄이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강조했지만, 실제 재정운영의 내용은 '부자 감세'와 '긴축재정'으로 요약된다. 경기침체 상황에선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민경제에서 정부 부문의 성장 기여도를 높여줘야 한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소득 및 자산상위계층에 대한 증세와 적자재정을 통하여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했으나 윤 정부는 거꾸로 갔다. 그 결과 민생은 물론 경제의 기초마저 위태롭게 만들었다.
정부는 2022년과 2023년의 세법개정을 통해 총 63.1조 원에 달하는 감세를 추진했는데 세목별로는 법인세가 가장 크고,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증권거래세 등 주로 자산소득에 집중되었다. 작년과 올해 국세감면액은 총 146.6조 원으로, 국세감면 한도를 초과할 뿐만 아니라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수혜 비중이 증가했다.
성장세가 약해지면서 소득 양극화도 확대되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민생경제를 힘들게 하고 있다. 반면 사회안전망은 취약하여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로 더욱 어려워진 민생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안에만 있지 않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이며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경우, 이에 따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유럽과 미국이 도입을 예고하고 있는 탄소국경세는 에너지다소비형 제조업으로 구성된 한국의 수출산업에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원 넘게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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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같은 경제상황에서 국민경제가 정부에 요구하는 정책은 다주택자 부담 경감을 통한 부동산시장 활성화나 부자감세, 특정 대기업을 위한 특혜적 투자지원책이 아니다. 단기적으로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민생을 돕는 정책이 나와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미래지향적 산업정책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대규모 사회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에너지나 식량 가격이 폭등하고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는 등 점점 더 개인이나 기업의 힘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치고 있다. 이런 시기엔 정부가 나서 개인과 기업이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 시기 선진국이 경기대응적 통화 및 재정정책을 통해 침체된 경제의 수요, 생산, 고용을 늘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상황이 불확실하거나 경기침체기가 도래하면 민간부문은 추가적으로 투자해야 할 인센티브를 갖지 않는다. 이럴 때에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오히려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을 통해 거시경제 안정성을 담보하고 불균형을 줄였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린뉴딜,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디지털 뉴딜을 펼쳤고, 사회안전망과 개인 역량을 키우는 휴먼뉴딜도 병행했다. 정부라면, 바로 이런 역할을 하면서 민간과 시장의 작동을 보장하고 시잔과 민간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지금 민간투자가 부족한 것은 정부가 제대로 역할하지 않는 탓이 크다.
▲ 김유찬 전 교수 |
ⓒ 김유찬 |
*필자 : 이글을 쓴 김유찬 (전)홍익대 교수는 포용재정포럼 회장으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을 역임했습니다. 학회활동으로는 한국조세연구포럼과 한독경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재정학, 조세정책, 정의론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왜 조세체계는 정의로워야 하는가>(2016)가 있으며 올해 하반기 '재정정책'과 '정의론'분야에서 새로운 저서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사의재의 직필' 고정 필진 정해구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 장관, 박두용 한성대학교 교수, 조대엽 포럼 사의재 공동대표, 김유찬 전 조세재정연구원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 염한웅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이병헌 광운대학교 교수, 박능후 포럼 사의재 상임대표(전 복지부 장관), 정현백 포럼 사의재 공동대표(전 여가부 장관),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 김연명 중앙대학교 교수, 반상진 전북대학교 교수, 백선희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김창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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