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99% 풀액셀 밟았다" 시청역 참사 ‘조작 미숙’ 최종 결론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원인이 운전자의 ‘운전조작 미숙’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1일 나왔다. 지난달 1일 참사 발생 뒤 한 달 만에 나온 결론이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서장 류재혁)는 이날 오전 10시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사고 차량 감정 결과 가속장치 및 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에 따르면 제동 페달(브레이크)은 사고 발생 5초 전부터 사고 발생 시까지 작동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고 차량 운전자인 차모(68)씨가 주장해 온 ‘급발진’을 반박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셈이다. 남대문서는 또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후 잠시 보조 브레이크등이 점멸하는 것 이외에 주행 중에는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속 페달(액셀)의 변위량이 최대 99%에서 0%까지로 나타나 피의자가 액셀을 밟았다 뗐다 반복한 것으로 기록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당시 차씨가 신었던 오른쪽 신발 바닥에서 확인된 문양이 액셀 모양과 일치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차씨는 그동안 “주차장 출구 약 7~8미터 전에 이르러 ‘우두두’하는 소리와 함께 브레이크가 딱딱해져 밟히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 사고라 주장했다.
남대문서는 “국과수 감정 결과 등을 검토한 결과 사고 원인은 차씨 주장과는 달리 운전 조작 미숙으로 확인된다”며 “오전 차씨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업무상과실치사상) 제3조제1항, 형법 제268조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차씨는 같은 혐의로 지난달 30일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오후 9시 26분쯤 차씨가 몰던 G80 차량이 시청역 인근 웨스틴 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나온 뒤 좌회전해 세종대로 방향 일방통행 4차로를 250m가량 역주행했다. 이 과정에서 급가속해 마주 오는 차량과 인도의 행인을 잇달아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다쳤다.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차량이 보행로 방호 울타리를 들이받던 시점의 차량 최고 시속은 107km에 달했다. 차씨는 인도를 들이받을 당시 상황에 대해 ”인도 위에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한 달을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6시쯤 사고 발생 지점인 시청역 인근은 퇴근을 앞둔 시민들로 북적였다. 사고 현장에 있던 추모 공간은 사라지고, 생활 쓰레기만 분리배출 돼있었다. 사고 당시 훼손됐던 방호 울타리는 차량용 방호 울타리로 교체됐다.
길을 걷던 시민들은 새로 만들어진 방호 울타리를 바라보며 “이걸로 차를 막을 수 있냐”는 반응을 보였다. 새로 생긴 울타리를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했다. 경찰 브리핑에서 차씨는 ‘인도 쪽으로 왜 핸들을 돌렸느냐’는 질문에 “속도가 줄어들 거란 생각에 보행자용 울타리를 들이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차량이 출발한 호텔 앞에는 역주행을 막기 위해 우회전 보행을 안내하는 분홍색 유도선이 생겼다. 평소 역주행이 종종 발생하곤 했던 사고 지점 인근 골목길에는 통행금지라고 표시된 시설물이 설치됐다. 경찰과 서울시, 도로교통공단 등 유관 기관은 지난달 4일부터 사고 현장 일대 교통사고를 줄이고 보행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보행자용 방호 울타리는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예방하는 용도이지 시속 100km로 달려오는 차량을 막기 위한 용도는 아니”라며 “그럼에도 우선 사고 지점에 차량용 방호 울타리를 설치했고, 논의 결과에 따라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기존에 시행하기로 했던 ‘도로 다이어트’(보행자 통로 확보 사업)와 함께 시청역 일대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 작업에도 나설 예정이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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