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SK 對中 HBM 공급 제한 검토…"당장 피해 없을 듯, 中 유입 막기 위한 선제조치"

김형민 2024. 8. 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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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美, HBM 中 공급 제한 검토"
국내 기업들, 상황 예의주시 분위기
中에 들어가는 HBM, 없거나 극히 적어
"당장의 제재보다 사전 차단의 의미"

미국이 다음 달 발표할 예정인 대(對)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지 여부가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을 포함한 우리 업계는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중국으로의 HBM 공급 규모는 매우 적어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조치가 발표된 후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며 대비하는 분위기다.

1일 블룸버그통신 등 미국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인공지능(AI) 칩에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 HBM이 중국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차단토록 하는 제재를 검토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에 대해서도 중국 공급을 막는 방안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제재는 4세대인 HBM3, 5세대인 HBM3E 등 HBM2 이상의 제품과 이들을 만드는 장비들을 대상으로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와 함께 세계 HBM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기업들로, 이 제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기업으로 언급됐다. 미국은 국외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소프트웨어, 설계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면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근거로 삼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수출을 제어할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이 케이던스 디자인시스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미국의 설계 소프트웨어, 장비를 많이 쓰고 있는 점을 이용하겠단 것이다.

미국 현지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단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겠단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도의 내용이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검토 중’인 단계에 머물러 있고 일부 내용은 사실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외신 보도를 보면, 엔비디아에서 우리 기업들로부터 HBM을 받아서 만들고 중국으로 들어가는 제품까지 제재를 할 건지도 아직 불분명하다. 대응 방향을 정하기엔 아직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새로운 조치가 중국 기업에 대한 HBM의 직접적인 판매를 차단하나 AI 가속기와 묶음으로 제공되는 반도체의 중국 판매까지 불허되는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인 H20 칩에 HBM3를 공급하고 있고, 이 H20 칩은 현재 중국 기업에 대한 판매가 허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는 다만 "실제 우리 HBM을 받아서 쓰는 중국 기업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 제재가 실질적인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도 덧붙였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의 제재는 현재보다 미래에 맞춘 조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기업들이 만드는 HBM 중 중국에 수출되는 제품이 사실상 없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도 극히 소수에 불과해 제재에 따라 당장 받을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중국 기업들이 AI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제품을 수입해서 쓸 가능성을 미국이 우려해,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제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은 HBM 외에도 이번 제재 대상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 장비들을 포함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120개 이상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내용도 넣는다. 다만, 우리나라와 일본, 네덜란드 등 핵심 동맹국들에 대해선 예외를 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대변인 명의로 블룸버그에 전한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국가안보 및 기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진화하는 위협 상황을 지속해서 평가하면서 수출 통제를 업데이트하고 있다"며 "우리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긴밀히 협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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