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보는데 정점식 "발언 않겠다"... '사퇴 압박'에 뒤끝 침묵

친한계 공개 사퇴 요구에 불편한 속내 드러내... 꼬여만 가는 한동훈의 당직 인선

[조선혜, 남소연 기자]

▲ 사퇴 압박에도 최고위 참석한 정점식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맨 오른쪽)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맨 왼쪽은 한동훈 대표. ⓒ 남소연

회의석상에서의 공개 발언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없었다. 당내 친한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뛰끝 있는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정 의장의 태도에 대해 사실상 사퇴 거부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윤석열 대통령과 회동 이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였던 한동훈 대표의 당직 인선이 꼬여만 가는 모습이다. 

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점식 정책위의장의 발언 순서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였다. 통상 정책위의장은 당 회의에서 당대표, 원내대표에 이어 곧바로 발언에 나서는데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인 것.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에 이어 장동혁·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난 뒤에야 발언 순서를 얻은 정 정책위의장은 "저는 발언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곧바로 마이크를 껐다.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도 정 정책위의장은 말을 아꼈다. "어제 서범수 사무총장이 얘기한 것(일괄 사퇴)에 대해선 생각이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거기에 대해선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대응했다. "답변이 없는 건 사실상 거절 의사인가"라는 질문에도 "들어갑시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마주친 자리에서도 묵묵부답이었다. "임기 (1년을 채워야 한다는 입장)에 대해 여전히 똑같이 생각하나", "신임 지도부에선 자진 사퇴를 위한 판을 마련해줬다는 말이 나온다", "결단이 임박한 것으로 이해하면 되나" 등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정 정책위의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에게 '당대표가 알아서 하라'고 얘기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도 침묵했다. 

거취 문제 말 아끼는 정점식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서범수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전날 한동훈 대표와 만나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들의 일괄 사퇴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정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홍영림 여의도연구원장 등 기존 당직자들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퇴를 압박한 셈이다. 

한동훈 대표는 당선 이후 '친한계'로 꼽히는 박정하 의원을 신임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또 PK 재선 서범수 의원을 새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이후 추가 당직자 인선을 유예해 왔다. 지난 3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비공개로 독대하면서 당직 인선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직 인선의 핵심인 정책위의장 자리를 놓고 잡음이 계속되면서 당내 갈등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한편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맹공에 나섰다. 간첩법 개정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한동훈 대표는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당시) 간첩법 개정에 자기들은 반대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 민주당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지난 국회에서 간첩법이 통과 못한 게 사실"이라며 "법 개정에 찬성한다면 아주 신속하게 이 문제를 먼저 개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관련해선 "단 하루 만에 탄핵당할 만한 나쁜 일을 저지르는 것이 가능한가"라며 "민주당의 이 탄핵 행태는 '무고 탄핵'"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무슨 죄가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이 위원장 탄핵은 결정된 상태였던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심판할 거라 생각한다. 저희가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