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G마켓 성공' 꿈에서 못 깬 구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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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 국회 본관 604호실 앞.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티메프) 현안 질의에 참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가 휴정 시간에 복도로 나오자 기자들이 몰려갔다.
구 대표는 2006년 G마켓 나스닥 상장이라는 지나간 꿈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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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오후 4시30분 국회 본관 604호실 앞. 국회 정무위원회 티몬·위메프(티메프) 현안 질의에 참석한 구영배 큐텐 대표가 휴정 시간에 복도로 나오자 기자들이 몰려갔다. 그는 15분 휴정 내내 취재진 앞에서 손을 허공에 저어가며 "6개월만 주면 사업을 반드시 정상화할 수 있다. 내 사업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의 표정에는 억울함이 절절했다.
구 대표는 2006년 G마켓 나스닥 상장이라는 지나간 꿈에서 깨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03년 G마켓을 창업해 국내 처음으로 오픈마켓 방식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사업은 탄탄대로를 걸었고, 주변에선 찬사가 쏟아졌다. 검찰에서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지금도 그는 과거 이뤄냈던 방식 그대로, 큐텐을 또 한번 성공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 상장이 중요하다. 상장 후 자본이 확충되면 티몬과 위메프를 알리바바와 경쟁하는 기업으로 키울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구 대표의 말이 모두 허황하지는 않다. 지난달에 미정산 사태가 터지지 않게 막고, 6개월만 더 버텼다면 그의 말대로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의 경영 전략은 티몬과 위메프 같은 부실한 e커머스 기업을 인수하고 역마진에 가까운 혜택을 제공해 판매자를 끌어들여 덩치를 키우는 것이었다. 티몬의 중개수수료율은 8~9%이고, 위메프는 9.9%이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 평균 수수료율인 15%선과 비교하면 최저 수수료율에 가깝다. 그 대신 70일이라는 업계 최장기 정산 기간을 이용해 판매대금을 굴리며 회사를 운영했다.
이렇게 덩치를 키우면 큐텐의 물류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봤다. 실제로 쿠팡이 적자를 감수하는 덩치 키우기 전략으로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고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구 대표는 국회 복도에서 기자에게 “쿠팡, 알리바바, 아마존 모두 내가 만든 G마켓을 기본 원천으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그를 두고 경영 전문가들은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자신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확증 편향에 빠진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옛날에 올림픽 금메달을 딴 선수가 지금 젊은 선수들과 붙어서도 이길 수 있다고 착각한 셈"이라며 "알리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 기업이 등장해 시장 경쟁 구도가 완전히 바뀐 것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큐텐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구 대표는 코로나19 시기 연평균 20% 이상 성장한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기회를 엿봤으나, 엔데믹 이후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선 상황은 외면했다"며 "국내외 시장 변화 등 여러 이야기가 회사 내부에서 나왔지만 구 대표 등 경영진은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국내에서 성공한 벤처기업 1세대 중 처음 성공 방정식만 믿고 유아독존 경영을 고수하다가 실패한 사례가 적지 않다. 구 대표도 마찬가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 발전하는 대신 흘러간 방식의 경영을 무리하게 고집하다가 사업을 무너뜨리고 국가 경제에 피해를 주는 사례를 티메프에서 다시 보고 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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