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영끌 조급증에 기름 부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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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의 신호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부양의 '부'자도 안 꺼냈지만 시장은 부양책으로 읽고 있다.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가 하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두 달씩이나 연기하면서 애먼 시중은행에 대출 옥죄라고 으르렁거리는 갈지자 상황극은 이제 안 먹힌다.
정부의 엇박자 시그널은 이처럼 예민한 시장을 들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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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정부의 신호를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부양의 ‘부’자도 안 꺼냈지만 시장은 부양책으로 읽고 있다.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는가 하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두 달씩이나 연기하면서 애먼 시중은행에 대출 옥죄라고 으르렁거리는 갈지자 상황극은 이제 안 먹힌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2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전원 말에 견줘 4조7000억원 넘게 늘었다. 영끌 광풍이 휘몰아친 2021년 7월 이후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런 흐름은 역시나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3년7개월 만에 처음으로 7000건을 넘어선 가운데 연내에 월 거래량이 1만 건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넷째주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018년 9월 둘째주 이후 5년10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0.30%였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6월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만3029건을 기록했다. 2021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만3000건을 넘겼고 거래가격 또한 들썩인다. ‘대출 계수-아파트 매매 거래량-아파트 매매 가격’이라는 3요소가 동시에 춤추는 현 상황을 달리 어떻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앞뒤 안 맞는 정책 탓에 시장금리보다 더 비싼 금리로 돈을 빌리게 된 소비자들만 우습게 됐다. 내수는 여전히 퍽퍽한데 수도권 부동산으로 가계자금이 빨려 들어가는 걸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들의 관심은 ▲지금 집을 안 사면 머잖아 집값이 많이 올라 후회하게 될는지 ▲큰 맘 먹고 대출 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이 정체되거나 떨어지지는 않을는지 ▲금리가 갑자기 높아져 낭패를 보지는 않을는지에 집중된다.
초저금리와 유동성의 축제가 끝나고 한동안 뒷걸음한 다음 잠잠했던 집값은 그러잖아도 ‘여기가 바닥’이라는 메시지로 작동하기에 충분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경착륙 우려와 서민·자영업자의 애로를 명분으로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유예하자 코웃음 치는 기색이 시장에 역력했다. 정부가 부양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고 있거나 부동산을 경기 조절의 수단으로 삼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는 지적은 여러모로 일리 있다.
물론 집값을 강제로 붙들어 매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차피 금리에는 내성이 생기게 마련이고 곧 가시화할 미국 중심의 유동성 나비효과를 막아낼 재간은 없으며 오히려 잘 올라탔다가 연착륙할 준비를 하는 게 맞는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정교한 역할이 요구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올해 1~5월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은 12만597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대비해 24.1% 줄었고 서울은 35.6%나 감소했다. 올해 전체 주택 인허가는 예년 평균(약 54만 가구)보다 30% 가량 낮은 38만 가구쯤으로 예상된다. 명약관화하게 예고된 금융·부동산 상승기에 현재의 공급지표가 충격을 가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앞으로 당분간은 그 때에 대비한 완충기이자 조심스러운 관리의 시간이어야 한다.
정부의 엇박자 시그널은 이처럼 예민한 시장을 들쑤셨다. 입주 물량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다가 돌연 태도를 바꿔 공급 확대를 위해 모든 정책을 원점 재검토하겠다는, 안정성과 일관성이 결여된 행보는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라는 조급증에 기름을 붓고 말았다.
김효진 전략기획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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