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는 카드·PG社…고객 "언제 환불해주나" 분통
"실제 환불까지 2~3주 걸려"
PG사 1차 책임론 vs 금융권 책임 분담론
"카드사와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 모두 서로 떠넘기고 눈치만 보는 것 같아요."
"누구라도 확실히 환불해주겠다는 약속을 해주지 않아 답답합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와 관련해 고객의 결제 취소·환불 절차가 지연되면서 소비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고객의 카드결제 취소 접수에 대해 물품 미배송 여부 등에 관한 PG사의 추가 확인이 필요해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PG사들은 티몬·위메프로부터 결제 취소 대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자력으로 이를 감당해야 해 환불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카드·PG社 결제 취소·환불 접수…실제 환불 사례는 많지 않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티메프 사태 관련 카드사 9곳(신한·삼성·KB국민·하나·현대·롯데·비씨·NH농협·우리)
이 고객으로부터 이의제기와 할부계약 철회 및 항변권을 신청받고 있다. 고객 접수에 일부 카드사들은 "접수량이 많아 완료되기까지 평균 2~3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들은 "PG사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해 순차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지난 28일까지 카드사를 통해 접수된 티몬·위메프 관련 민원·이의 신청은 약 13만건, 금액으로는 550억원 수준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PG사는 11곳(네이버파이낸셜·카카오페이·NICE페이먼츠·다날·토스페이먼츠·NHNKCP·NHN페이코·스마트로·KG이니시스·KICC·헥토파이낸셜)이다. 이들 모두 카드사 접수와 별도로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의 결제 취소를 접수하고 있다.
카드·PG사에 환불 신청이 쇄도하고 있지만 아직 원활한 환불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있다. 티메프 피해자 수천명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단체대화방에서는 종종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페이 등 대형 핀테크(금융+기술)사로부터 환불받았다는 소식만 올라올 뿐 중소 PG사나 카드사로부터 환불받았다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다만 대형 핀테크도 자체 '00머니'는 빠르게 환불되지만 카드나 무통장결제는 여전히 환불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누가 손실 떠안나…눈치보는 카드·PG社
카드사는 PG사에서 결제 취소 가능 여부를 확인해주기 전까지 환불 절차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티메프 사태 초기 PG사들이 결제취소 요청 기능을 막는 바람에 환불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했고 최근 티몬·위메프가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면서 결제취소에 관한 사실확인 작업이 더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티몬·위메프에 검사반을 파견해 배송과 거래 관련 전산자료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자료가 확보되면 환불 절차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G사는 현재 카드사와 자체 파악한 결제 취소 내역을 티몬·위메프 측 자료와 대조해 환불 대상자를 선별하고 있다. 위메프는 전날 오후 각 PG사에 상품권·여행상품을 제외한 일반 물품 배송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 티몬도 이날 오전 관련 정보를 각 PG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PG업계 관계자는 "최대한 빠르게 환불 절차를 진행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며 "정상 환불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PG사들은 티몬·위메프의 자금 여력이 많지 않은데다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이들의 자산과 채권이 동결된 상황에서 우선 자체 자금으로 환불금을 내준 뒤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돈을 돌려받아야 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PG업계 측은 이번 사태에 따른 손실을 PG사만 부담하는 건 부당하다며 카드사도 일부 분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당국 "우선 PG사가 책임"…추후 금융권 분담 가능성도
금융당국은 환불 절차와 관련해 PG사에 1차적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제19조를 보면 '결제대행업체는 신용카드회원들이 거래취소 또는 환불 등을 요구할 경우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PG사는 티몬·위메프로부터 결제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라며 "11개 주요 PG사 대부분 대기업 계열사이고 자본금도 2000억~3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상범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는 "여전법에 PG사의 의무와 관련해 법 조항이 추가된 게 2015년이고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규율이 필요해져 법이 개정됐을 테니 PG사는 문언에 따라 규율을 받아야 한다"면서 "조항만 놓고 보면 PG사들은 이런 사태가 터졌을 때 1차적으로 책임을 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PG사에만 책임을 지울 게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전법상 나와 있는 조항은 정상적인 거래를 할 때 돈을 받아서 취소해주라는 뜻이지 지금처럼 티몬·위메프가 정산금 지연 사태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 강요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면서 "당국이 'PG사가 규모 있는 사업체로서 소비자를 위해 궂은일을 대행해달라'고 권유하는 건 몰라도 여전법 규정을 들면서 해줘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 대형 PG사 관계자는 "당국이 사태봉합을 위해 PG사에 피해를 떠안으라고 하는 느낌"이라며 "티몬·위메프의 경우 2015년부터 자본잠식이 일어났고 금융당국이 정기적으로 관련 보고를 받았을 텐데 이들의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티몬·위메프 사태에 대한 긴급현안 질의에서 "카드사도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소비자와 판매자 보호에 금융권이 더 나설 수 있도록 더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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