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이란 없다, 36살에 세계 챔피언 된 격투기 선수
[김종수 기자]
팔레스타인에 스포츠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아픈 역사로 인해 여전히 힘든 정세에 놓인 가운데 그나마 국제무대에서 자신들을 어필할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환경상 기대만큼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각 종목에서 분투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팔레스타인 올림픽위원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이스라엘의 참가 금지를 요청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행동을 계속해 올림픽 기간 휴전해온 전통을 위반하고 있다는 이유다. 위원회는 "400명의 팔레스타인 선수들이 사망했으며 스포츠 시설의 파괴로 이미 심각한 제약을 받고 있는 선수들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외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국가들과의 회의에서 이스라엘 선수단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특별군사작전'을 진행 중인 관계로 파리올림픽 출전이 금지됐다. 러시아 대표가 아닌 개인 중립선수 자격으로 총 15명의 러시아 국적 선수가 참가했지만 사실상 큰 의미는 없는지라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제외됐다고 보는 게 맞다. 반면 팔레스타인을 군사적으로 압박 중인 이스라엘은 정상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해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 벨랄 무하마드는 팔레스타인 최초 UFC 챔피언이 됐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 선수들이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가운데,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파이터 벨랄 무하마드(36·미국)는 이종 종합격투기 대회인 UFC에서 한몫 보탰다. 오랜 무명 생활을 이겨내고 UFC 웰터급(77.1kg) 챔피언에 등극한 것.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영국 그레이터 맨체스터주 맨체스터시 코옵 라이브 아레나에서 열린 'UFC 304: 에드워즈 vs 무하마드 2' 메인이벤트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그는 챔피언 리온 에드워즈(32·잉글랜드)에 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무하마드는 당초 예고했던 대로 멕시칸 복싱 압박과 레슬링을 통해 챔피언을 무너뜨렸다. 무적처럼 보였던 챔피언은 마지막 그라운드 엘보 공격을 제외하면 무력하기만 했다. 무하마드는 3년 전 눈이 찔려 취소된 무효 경기에 대한 복수에 성공했고, 본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오랫동안 에드워즈가 재대결을 받아주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던 무하마드는 "이 승리를 내 가족과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무하마드는 팔레스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인이지만 UFC 무대에서 사실상 팔레스타인을 대표한다. 이로써 무하마드는 팔레스타인계 최초 UFC 챔피언이 됐다.
대기만성의 전형... 36살에 세계 챔피언 등극
무하마드의 시작은 초라했다. 마이너 무대를 전전하다 28살이 돼서야 세계 최고 무대인 UFC에 입성했다. 그마저도 데뷔전에서 패했다. 이후로도 두 번의 KO패를 당했다.
하지만 무하마드는 포기하지 않았다. 본인만큼은 자신을 믿었다. 스스로 닉네임을 '내 이름을 기억하라'라고 지었다.
이를 입증하듯 대기만성의 전형을 보여줬다. 별 볼 일 없는 선수였던 31살의 무하마드는 각성해 5년 동안 10연속 무패(9승 1무효) 행진을 달렸고, 36살의 나이에 맞이한 첫 타이틀전에서 마침내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 밑바탕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무하마드는 전 UFC 라이트급(70.3kg)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찾아가 다게스탄 체인 레슬링을 배웠고, 호라시오 구티에레즈 코치를 통해 멕시칸 복싱을 장착했다. 힘과 맷집, 체력이 좋았던 무하마드는 꾸준하게 타격, 그래플링 등 더 높은 수준의 스킬을 완성했고, 당초 기대치를 한껏 뛰어넘는 레벨업을 해냈다. 3년 전 무하마드를 압도했던 에드워즈는 두 무기에 속수무책이었다.
무하마드의 첫 방어전 상대로는 웰터급 랭킹 3위 샤브캇 라흐모노프(29·카자흐스탄)가 유력하다. 라흐모노프는 경기 후 SNS를 통해 "챔프, 준비가 되면 나를 상대로 방어전을 한다는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무하마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단 한 번도 경기를 뺀 적이 없다. 이제 역사상 최고의 웰터급 선수로서 내 레거시를 공고히 할 차례다"며 도전을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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