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이제 직접 뚫는다…대세된 제약·바이오 '직판'

이춘희 2024. 8. 1.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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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 '알리글로' 美 자회사가 직접판매
초기 비용 들지만 장기 수익성 제고 가능
셀트리온·SK바팜 등은 이미 상당한 성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빠른 진출'을 위해 이미 영업망을 갖춘 해외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택했다면 이제는 직접 판매하는 '직판화'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기존에 없던 영업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해 초기 투자 비용이 상당하지만 안착한 후에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GC녹십자는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면역결핍증 치료제인 혈액제제 알리글로를 조만간 미국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달 8일에는 미국 유통을 위한 초도물량이 출하됐다. 판매는 미국 내 자회사인 GC바이오파마USA가 직접 맡는다. 미국 내 유통을 위한 사전 관문인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중 대형 PBM인 익스프레스스크립츠를 포함해 다수의 PBM과 계약을 맺으며 공급 채널도 다수 확보했다.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에만 5000만달러(약 7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2028년에는 연 매출을 3억달러(약 4155억원)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직판'이 이득

이 같은 직판 체제는 장기 수익성 확보라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평가된다. 직판을 위해서는 직접 영업망을 구축해야 해 추가적인 판매관리비 증가가 필수이고, 실제 영업망 운영을 위한 영업 인력을 다수 확보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 반대로 파트너사를 통한 진출은 빠르고 원활한 시장 진출이 가능한 대신 수수료를 지불해야 해 제품 수익성에는 지속적인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국내 업계에서는 이를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직판을 통한 이익 증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충북 오창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혈액제제 '알리글로'가 출하되고 있다[사진제공=GC녹십자]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 등은 이미 직판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에서 자사의 제품을 대부분 현지법인을 통해 직판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램시마·램시마SC의 프랑스 내 합산 점유율이 76%에 이르는가 하면 같은 성분의 FDA 승인 신약 짐펜트라도 이 같은 특성을 살려 미국 내 직판을 통한 수익성 증대에 나섰다. 특히 개발부터 임상, 허가, 판매까지 산업 전반에 걸친 과정을 모두 내재화하면서 다른 회사에서도 제품의 유통·판매를 요청하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발굴부터 FDA 승인까지 모두 직접 마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를 미국 내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직판하고 있다. 관계사인 SK팜테코에서 생산해 SK바이오팜이 판매를 맡는 만큼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총이익률(GPM)이 90%대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빠르게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는 회사 전체 실적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흑자 전환을 이뤄낸다는 구상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SK바이오팜의 실적으로 매출 4946억원, 영업이익 582억원을 전망한다.

HLB도 FDA 재수를 노리는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을 승인 후에는 미국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를 통해 직판한다는 구상이다. 병용요법 파트너인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도 함께 판매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마케팅팀을 구성해 영업을 시작한 상태로, 다국적 제약사 출신의 유통·판매 인력도 다수 영입했다.

반면 여전히 현지 파트너사와의 협력을 택한 회사도 있다. 수익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이미 경쟁이 치열한 시장인 경우 빠른 점유율 확대가 우선이라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휴젤은 지난 2월 FDA 허가를 받고 최근 첫 수출물량을 출하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를 미국 현지에 베네브와 함께 판매한다. 이미 또 다른 파트너인 크로마파마와 현지에 합작법인 휴젤아메리카를 세운 만큼 직판이 예상됐지만 협업을 택했다. 회사 측은 "미국 시장에서 즉각적인 제품 출시와 판매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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