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91개…상폐 절차·심사 단축하고 회계 투명성 강화해야
코스피 상폐 기간 2년으로 단축 검토
회계투명성 사유 강화 예상
일본 상폐 기간 2년 미만
미국은 기준 미달하면 하위시장으로 이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좀비기업 퇴출 조건을 손보는 이유는 상장 유지 조건이 지나치게 관대하고, 상장폐지 절차에 걸리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증시자금이 불필요하게 오래 묶인다는 지적이 많다. 상장 유지 조건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면 상장 적격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시장에서 신속하게 퇴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코스피 좀비기업 22개 상폐까지 4년…코스닥 좀비기업은 3배 많아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감사의견거절,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및 시장관리 등의 이유로 거래정지된 종목은 총 91개에 달한다. 시장별로 보면 코스피 상장사 22개, 코스닥 상장사 69개로 집계됐다. 코스피 좀비기업은 총 상장사 844개 중 2.6%, 코스닥 좀비기업은 총 상장사 1739개 중 4.0% 수준이다. 정부가 상장 적격성 조건을 개선하면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함께 고민하는 이유다.
우선 상장 적격성 조건을 현재보다 강화한다. 시가총액 기준을 현재보다 상향하는 방안이 학계와 금융투자업계에서 언급되고 있다. 성희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총은 시장 또는 투자자들의 신뢰 징표"라며 "(기준을 강화하면)유동성도 상대적으로 풍부해지고, 주가조작 대상이 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상장 적격성 조건 중 하나인 회계처리 투명성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주요 심사 기준 중 '회계처리 불투명성' 항목이 있다. 상장사가 회계처리를 불투명하게 하면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 고발되며, 이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된다. 심사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확인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기업역동성 제고를 위한 한계기업 구조개혁 필요성' 보고서를 보면 만성적인 좀비기업은 정상기업의 인적·물적 자원 활용을 제약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계기업 비중의 증가는 가격 경쟁 구조를 왜곡해 정상기업의 부가가치 창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전반적인 생산성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즉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기준을 완화해 좀비기업 퇴출을 용이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상장 조건 허들을 높여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와 한국증시 활력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한국증시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상폐 절차 2년 미만…미국은 하위 시장이나 장외로 이전시켜
상장폐지 절차도 크게 단축할 계획이다.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 절차가 길어지면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크고, 투자자들의 자금도 오래 묶이게 된다. 일본 시장의 상장폐지 절차는 우리보다 간소하고 명쾌하다. 일본 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은 상장 유지를 위해 최소 시총, 유동주식비율, 일평균 거래량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다만 이 같은 기준에 미달한다 해도 곧바로 상장폐지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일본 거래소는 기업에 1년의 개선 기간을 준다. 해당 기간에도 기업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6개월 간 관리 대상으로 편입된 후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개선 기간에 기업 스스로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스탠더드, 그로스 등 하위 시장으로 이전 상장할 수 있다.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로 최소 주주 지분, 최소 주가 등 다양한 상장 유지 기준이 있다. 거래소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 개선 기간을 부여하거나 소명 절차를 거친 후 개선 사항 미이행 시 상장폐지 또는 장외거래소(OTC)로 이전 상장하는 등의 조처를 한다.
반면 코스피 상장사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최장 4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는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이를 2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총 3번의 심사를 받는데, 이를 2번으로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절차를 간소화하면 경영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장사를 퇴출해 자본시장의 활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시장 개편을 통해 각 시장의 특징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시장 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상장유지 기준을 개선하면 그간 양적으로만 확장해 온 증시의 질적 도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상장폐지 기업의 부담을 경감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며 "상장폐지된 기업이 충분히 재기할 수 있도록 상장폐지 이후에도 장외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면 시장 전반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한 달에 150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어떻게 담뱃갑에서 뱀이 쏟아져?"…동물밀수에 한국도 무방비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가수 벤 "아이 낳고 6개월만에 이혼 결심…거짓말에 신뢰 무너져"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中 누리꾼, 민폐다 vs 아니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