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뉴진스·베몬... 그룹 내 ‘리더’가 사라지는 이유 [줌인]

김지혜 2024. 8. 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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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뉴진스, 베이비몬스터. 그룹 콘셉트부터 멤버 수, 개성까지 모든 게 다르지만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리더뿐만 아니다. 최근 K팝에서는 그룹 내 포지션까지 사라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 

과거 아이돌 그룹에서 ‘리더’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 그룹을 이끄는 역할로 외부 행사 및 방송에 출연했을 때 앞장서서 그룹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연습 주도, 심지어 멤버들 사이의 갈등 조율도 했다. 이 때문에 보통 과거에는 연습생 생활이 가장 길거나 그룹 내 나이가 많은 멤버가 주로 리더를 맡았다. 소녀시대 태연, 엑소 수호, 트와이스 지효가 대표적이다. 

최근 들어 가요계에 그룹 내 리더가 사라지는 이유는 ‘수평적 관계’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로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더가 있는 경우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멤버들이 리더에게만 의지하는 경향이 생긴다. 이 때문에 리더는 막중한 부담감을 가지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룹 활동은 물론 개인 활동까지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금, 멤버간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각각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리더를 없애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룹 내 리더들이 방송에 출연해 리더로서 부담감을 느낄 때가 많다고 고민을 토로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반면 리더가 없는 경우 수평적 관계가 유지되다 보니 친구처럼 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뉴진스 막내 혜인은 ‘KBS 뉴스9’ 인터뷰 당시 “뉴진스엔 리더가 없다. 그래서 데뷔 때도, 연습생 때도 개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눈치 보지 않고 멤버들에게 다 이야기할 수 있었다”며 “특별한 상황에서 개개인이 이끌어줄 수 있는 부분이 다르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리더’가 존재했을 때의 장점도 분명하다. 그룹 아이브의 경우 아이즈원 출신 안유진을 리더로 앞세우면서 그룹의 정체성 확보 및 인지도를 쌓아가는데 비교적 용이했다. ‘리더’를 선정하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룹 트리플에스는 유닛마다 새로운 리더를 정하고, 오메가엑스와 비비지는 반장 제도를 통해 매 앨범마다 리더를 바꾼다. 

그룹 웨이커.(사진=하울링 엔터테인먼트)

리더는 있지만 포지션이 없는 경우도 있다. 올해 1월 데뷔한 그룹 웨이커는 총 6인조 그룹으로, 검색창에 ‘웨이커’를 입력하면 ‘리더’ 고현을 제외하곤 나머지 멤버들 앞에 특별한 포지션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메인보컬, 서브보컬, 메인댄서 등 구체적으로 포지션을 나누는 타 그룹들과 다른 행보다.  

이와 관련해 리더 고현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 틀 안에 멤버들의 포지션을 가둬두고 싶지 않았다. 올라운더 그룹으로 불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포지션을 정할 경우 거기에만 국한돼서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멤버들 모두 포지션을 열어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김헌식 문화 평론가는 그룹 내 리더 및 포지션이 사라지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이제 그룹 내 리더가 누구인지 포지션이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룹 자체가 지향하는 방향성, 곡의 완성도, 색다른 콘셉트가 해당 그룹의 가치를 결정짓는 주요한 안건”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혜 기자 jahye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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