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은 왜 '고교 포기' 했나…다시 도마 오른 학생선수 학습권

서지원 2024. 8.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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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빈이 30일(현지시간)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혼합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파리=김성룡 기자


‘탁구 신동’ 신유빈(20)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서 학생 선수의 학습권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신 선수가 운동에 전념하겠다는 이유로 고교에 진학하는 대신 실업팀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정유라가 줄인 출석 인정일, ‘신유빈 사태’로 다시 늘어


김주원 기자
학생 선수의 학습권과 운동권 중 무엇을 우선할지는 오래전부터 논쟁의 대상이 됐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 선수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초·중·고 학교 운동부 소속이 4만 6000명, 개인이나 사설 클럽 소속이 2만 4884명으로 집계됐다.

학생 선수는 일정 기간 이내에는 정규 수업에 불참하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다. 대회·훈련에 참여한 것을 출석으로 인정하는 ‘출석 인정 일수’ 제도가 있어서다

출석 인정 일수는 2019년 스포츠혁신위원회 권고에 따라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매해 축소됐다. 2019년까지는 초·중·고 학생 선수 모두 연간 63일(수업일수 3분의 1)까지 수업에 빠져도 됐다. 하지만, 2022년에는 초등학교 5일, 중학교 12일, 고등학교 25일까지 줄었다.

그 배경엔 이른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된 정유라씨의 부정 입학 사건이 있었다. 정씨는 수업을 거의 듣지 않고도 승마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이화여대에 합격했다.

한 초등학교 축구팀이 전남 완도군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모습. 사진 전남도

스포츠계는 출석 인정 일수 축소가 오히려 학생 선수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했다. 훈련 시설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주말 대회 개최가 어려운 종목의 선수들은 훈련·시합 일정을 소화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수업 부담이 적은 방송통신고교에 진학한 학생 선수는 2019년 115명에서 지난해 514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었다.

국가대표 탁구선수인 신유빈과 김나영은 중학교 졸업 후 고교에 진학하는 대신 실업팀에 입단했다. 당시 신유빈의 아버지인 신수현 수원시 탁구협회 전무는 “유빈이가 훈련에 매진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데다,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했다”고 말했다. 2022년 윔블던 테니스대회 14세부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조세혁 선수도 중학교 졸업을 포기하고 검정고시를 택했다.

윤석열 정부는 방향 전환에 나섰다. 지난해 1월 교육부와 문체부는 출석 인정 일수를 초등 20일, 중등 35일, 고등 50일로 다시 확대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9월 “고등학생은 2025년부터 출석 인정 일수를 63일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학습권도 중요하지만, 직업선택권과 운동할 권리도 중요하다”고 했다.


‘프로’ 관문 좁아…“기초학력·진로교육 필수”


신재민 기자
여전히 학생 선수의 학습권과 기초학력을 중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생 선수 중 프로가 되는 비율은 10명 중 1명에도 못 미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운동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초·중·고 운동부 소속 학생 선수 중 1781명이 지난해 운동을 포기했다. 이유로는 진로 변경(85.0%)이 가장 많았고, 질병·부상(6.8%)과 개인 사정(4.2%)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운동선수 평균 은퇴 나이는 23.6세로, 은퇴 후 무직 비율도 41.9%에 달한다. 학생 선수들의 ‘제2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학습권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 전북 무안군에서 열린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철인3종경기대회에서 남자부 선수들이 수영 스타트를 하고 있다. 뉴스1

‘학생선수 최저학력제’를 두고도 체육계의 반발이 크다. 올해 3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로 인해 교과 성적이 일정 수준(학년 평균의 초 50%, 중 40%, 고 30%)을 넘지 못하는 학생 선수는 다음 학기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이를 두고 한 체육계 관계자는 “출석 인정 일수를 늘리면서, 최저학력을 넘기라는 건 모순”이라고 했다.

강준호 서울대 사범대 학장(스포츠경영학 교수)은 “교육은 인간답게 성장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직업인이 되는 것과 상관없는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해야 한다”면서도 “스포츠를 진로로 정한 학생과 일반적인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같은 내용으로 공부해야만 학습권이 보장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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