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탓 해피머니 종잇장"…33억 물린 적십자사 “법적 대응”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의 여파로 ‘해피머니’ 상품권 사용(결제)과 환불이 중단되면서 소비자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헌혈 기념품 지급을 위해 수십억원대 해피머니 상품권을 선구매한 대한적십자사도 큰 손해를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 적십자사는 법적대응을 검토 중이다.
3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헌혈의집엔 시민 2명이 헌혈을 받는 등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신 과거 헌혈을 하고 받은 해피머니 상품권을 다른 경품으로 바꿔 가려는 시민들이 종종 방문했다. 이날 헌혈센터에는 오전에만 3명의 헌혈자가 찾아와 해피머니 상품권을 편의점교환권 등 다른 상품으로 교환해갔다고 한다.
이날을 포함해 모두 223회 헌혈을 했다는 한모(53)씨도 오후 3시쯤 헌혈을 마친 뒤 해피머니 상품권 3장을 편의점교환권으로 바꿨다. 한씨는 “평소 헌혈을 하면 해피머니 상품권을 받은 뒤 근처 서점에 가 책을 한 권 사 집으로 돌아가는 루틴인데, 쓰지 않은 상품권이 3장 남아 있어서 휴짓조각이 될까 걱정했다. 말 그대로 피 같은 상품권인데”라며 “헌혈 앱(애플리케이션)에 다른 경품으로 교환해 준대서 헌혈도 할 겸 가지고 왔다. 이제 해피머니를 받지 못한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헌혈하고 돌아가는 A씨(30대‧남)는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해피머니 상품권을 받아 쏠쏠하게 잘 사용했는데 사용이 중단됐다고 해 아쉽다”며 “오늘은 영화예매권을 받았다”고 했다.
헌혈의집을 운영하는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적십자사가 올해 기념품 지급을 위해 지난해 사들인 해피머니 상품권은 총 73만매로 약 33억원 어치다. 이들 상품권은 산하 15개 혈액원을 통해 전국 헌혈의집에 전달됐다.
하지만 티메프 사태가 터진 뒤 해피머니 상품권 발행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는 티몬·위메프 측으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해 해피캐시(전자결제용 충전금) 환불을 중단했다. 외식업체나 쇼핑몰 등 각종 온‧오프라인 사용처 또한 해피머니를 통한 결제를 중단한 상태다. 티메프에선 해피머니 상품권을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 바 있다.
적십자사는 티메프 지급불능 사태가 터진 25일부터 헌혈 기념품 중 해피머니 상품권을 제외했지만 이미 지급한 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혼란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헌혈인들에게 해피머니를 다른 기념품으로 교환해주겠다고 29일 공지했다. 헌혈의집에선 오는 8월 31일까지 헌혈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신분증을 지참하고 헌혈 마스코트인 ‘나눔이’ 도안이 담긴 해피머니 상품권을 가져오는 시민들에게는 이를 다른 기념품으로 바꿔주기로 했다. 교환 가능한 기념품은 영화관람권이나 편의점교환권, 커피교환권, 여행용세트 등 각 헌혈의집에서 보유한 기념품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나눔이’가 인쇄된 상품권은 2020년부터 제작돼 그 전에 헌혈 뒤 해피머니를 받아 아직 보유하고 있거나, 이미 상품권 바코드를 긁어 온라인에 등록한 시민들은 교환이나 환불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헌혈하고 받은 해피머니 상품권 이미 온라인에 등록해 환불 접수했는데 될지 모르겠다. 그냥 긁지 말고 모을 걸 휴짓조각이 됐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보유 상품권 일부 교환에 성공했다는 한 네티즌은 지난 27일 “마스코트 있는 것만 교환돼 4장은 편의점교환권으로 바꿨지만, 2장은 바꾸지 못했다. (바코드를) 이미 긁은 것도 교환이 안 된다”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적십자사는 지난주 해피머니 측에 관련 결제 중단에 따른 보상 등과 관련한 내용증명을 보낸 데 이어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이미 헌혈자분들이 사용한 양이 있기 때문에 회수율을 확인해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할 수 있는데, 해피머니 측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해주고 있지 않아 현재까지는 정확한 피해 금액 산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람 기자 lee.boram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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