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회생? 파산?…피해자 10만명 이해관계 딜레마

최서인 2024. 8. 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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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의 정산 지연 피해가 불어나는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 관련 수사를 촉구하는 호소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회생의 길로 들어설까, 결국 파산으로 갈까. 서울회생법원의 판단에 운명이 걸린 티몬과 위메프(티메프)가 회생개시 결정을 받을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도 엇갈린다. 무엇보다 영세업체를 포함한 판매자 등 피해를 본 두 회사의 채권자가 1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법원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티메프 회생의 실효성과 ▶채권자들의 이해관계 ▶정치의 관심도 등 여러 변수 등을 고려해 8월 중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회생에 커지는 회의론…“소비자 신뢰 바닥, 계속 영업 가능할까”

회생은 채무 일부 탕감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을 살려 계속 운영하면서 채무를 갚게 한다는 점에서 남은 재산을 바로 처분해 채권자가 나눠 갖는 파산과는 다르다. 두 회사가 회생을 신청한 이상 법원은 영업을 계속하게 하는 것과 재산을 청산하는 것 중 어느 쪽의 가치가 더 클지를 따지게 된다.

그러나 티몬은 2022년 유동부채 7193억원, 유동자산은 1309억원, 위메프 역시 2023년 기준 유동부채 3098억원, 유동자산 617억원으로 두 회사 모두 당장 갚아야 할 빚이 회사 보유 자금의 5배 이상인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티메프가 법정관리를 통해 재기가 가능할지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모기업인 큐텐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플랫폼 기업의 기반인 소비자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계속 영업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상적으로 자금 회수가 가능할 경우를 전제해 회생이 있는 건데, 티몬이나 위메프 같은 회사들은 제조회사처럼 유형자산을 갖고 있지 않아 회생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기반이 되는 인프라가 별로 없기 때문에 회생 절차의 성과는 불투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이 이어지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채권자들이 티메프의 회생 개시에 동의해 줄지 역시 미지수다. 회생 개시를 위해서는 담보권자 의결권의 4분의 3 이상, 채권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담보권자인 은행과 셀러(판매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파산 절차에 들어가 담보를 경매에 부치면 자금을 빨리 회수할 수 있다. 그러나 담보권자가 아닌 일반 셀러 입장에서는 우선순위가 한참 뒤로 밀리는 파산보다는 회생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대한변협 도산변호사회 부회장인 박시형 변호사는 “담보를 보고 돈을 빌려준 담보권자는 지금 당장 재산을 처분해 채권을 회수하면 된다. 회생절차 중에는 돈이 묶이니까 오히려 손해”라며 “반면 일반 채권자들은 회사가 벌어서 갚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회생이 그나마 얼마라도 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파산 시 대다수 영세 판매자 피해 커져…법원 판단에 이목

지난 5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모습. 연합뉴스


판매자·소비자 피해에 이목이 쏠려 있는 점도 회생 개시에서 또 다른 변수다. 두 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채권자 목록만 4만명(티몬)·6만명(위메프)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국무회의에서 사태 해결을 강조하며 두 업체를 상대로 “철저히 책임을 추궁하라”고 지시했다.

법원 역시 영세 판매자들이 받을 피해를 의식해 직권으로 회생계획안을 강제인가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회생·파산 전문인 김봉규 변호사는 “아무런 담보가 없는 셀러들은 파산·경매에 들어가게 되면 좋을 게 아무것도 없다”며 “만일 셀러들이 회생에 동의했는데 금융권이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손실의 사회화 측면에서 법원이 강제인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회생이 개시되더라도 사업 기반이 무너져 결국 파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비관적 시각도 많다. 회생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소비자와 판매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 채권자가 떠안는 ‘손실의 사회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회생이 의미가 없으면 파산으로 가게 되는데, 이 경우 소비자나 셀러가 자금 회수를 못 해 가계가 부실해지는 등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며 “핀테크를 육성한다면서 건전성 없는 업체들이 지급결제망에 들어오는 걸 허용해 준 정부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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