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까지 만들어 美방산 파고드는 日…'방산 강국' 한국 뭐하나 [Focus 인사이드]
방위산업 부흥을 추진하고 있는 일본이 자국 방위산업 강화를 위한 법률 지원과 함께 미국제 무기를 공동 생산하거나 중요 부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한 연구원은 올해 초, 지난 20년간 약 100개 이상의 일본 주요 기업이 기술 개발 비용을 능가하지 못할 정도의 낮은 수익률 때문에 방위 산업에서 규모를 축소하거나 철수했다고 밝힐 정도로, 일본 방위산업계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본 정부가 침체한 자국 방위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활력을 되찾으려는 시도들
지난해 6월 무기 제조업체와 그 공급망에 현금을 투입할 수 있는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 일본 방위 산업 기반을 활성화하려는 “방위생산 및 기술 기반 강화에 관한 법률”이 일본 의회를 통과했다.
1년 후인 지난달 중순, 일본 방위성의 나카츠지 료타 장비 정책 담당 수석 조정관은 지난해 10월 법이 시행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업체들과 약 100억 엔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한, 고령화한 인력, 병든 공급망, 줄어드는 방위산업 기반에 직면한 일본이 방위산업을 활성화하고 신규 진출자를 유치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법의 효과는 빠르게 나타나는 듯하다. 수석 조정관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 일본 방위성은 원청업체들과만 계약하도록 제한돼 공급망에 대한 가시성이 떨어지고 문제가 있는 공급업체들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새로운 정책에 따라 공급망의 더 깊은 곳에 있는 사이버 보안이나 제조업을 개선하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는 기업들에게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더 새로운 생산라인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출하고 있으며, 이전에는 협력업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할 수단이 없었던 주요 방산업체도 만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카츠지 수석 조정관은 새로운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계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한, 방위산업체들이 비용, 일정 또는 성과 목표를 달성하도록 재정적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해 이익률을 5%에서 최대 10%까지 끌어올려 일부 기업이 방위산업을 완전히 떠나게 한 일본 기업들의 오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본 방위산업계는 오랜 기간 일본 정부의 주문에만 의존해왔다. 하지만, 약 10여 년 전부터 미국에서 F-35 등 외국제 무기와 장비 도입을 늘려 자국 방위산업을 크게 위축시켜 많은 방위산업 관련 업체들이 사업을 포기했다. 새로운 법안은 방위산업에 미련을 버린 업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새로운 기업들을 방위산업에 이끌어 들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2023년 6월 약 200개의 기술 관련 스타트업 기업에게 방위산업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나는 미국 방위산업과의 협력
지난 4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논의한 협력에는 일본 항공자위대를 위한 고등훈련기 공동 개발 등 불투명한 것들 것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드론·순항미사일·극초음속 미사일을 방어하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PAC-3 미사일 공동 생산 등도 포함됐다.
일본에서 생산한 무기를 미국에 이전을 가로막는 규제도 지난해 10월 해제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공동 생산한 무기를 외국에 수출할 수도 있게 됐다. 일본은 이미 미쓰비시 중공업이 미국의 록히드 마틴과 레이시언의 모회사인 RTX의 허가를 받아 PAC-3 미사일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엔 일본과 미국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AIM-120 암람(AMRAAM)과 PAC-3 미사일을 일본 기업들이 공동 생산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두 나라는 주일 미군을 인도태평양 사령부 산하 합동전력본부로 재편해 일본 안팎에서의 안보활동을 조율하도록 합의하면서 두 나라의 안보 동맹은 한층 더 강화됐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사일 공동생산을 “상호 이익이 되는” 것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다른 동맹국들에 대한 수출 수요와 요구사항의 균형을 맞추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일본에서 생산된 AIM-120과 PAC-3가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해외 군사 판매를 통해 다른 나라에도 판매될 수 있어 현재 생산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에 새로운 생산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합의 외, 최근 일본은 미국의 방위산업 생태계에 속속 편입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알려진 미국과 일본의 공동 개발 노력은 해군 구축함에 탑재하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 블록 IIA가 대표적이었다.
지난 3월 일본이 탄도미사일 탐지 및 방어를 위해 건조할 신형 함선에 장착할 예정인 록히드마틴이 공급할 SPY-7 레이더에 후지쓰가 중요 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SPY-7 레이더는 알래스카에 설치된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의 기반으로 하는데, 이 레이더도 후지쓰가 중요 부품을 공급했다. 지난달 미 해군이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에 탑재된 SPY-1D 레이더를 대체하고, 호위함과 항공모함에까지 설치될 SPY-6 계열 레이더에 미쓰비시 전기가 중요 부품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말 미쓰비시 일렉트릭이 RTX와 미 공군 F-15 전투기에 장착된 APG-63(V)1 레이더의 중요 부품을 수리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 조선업체들은 한국 조선업체들이 참가를 희망하는 미 해군 함정 수리, 정비, 개조(MRO)에도 참여할 준비를 하는 등 미국 방위산업계와 연결 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노력 외 극초음속 요격 미사일 개발 협력, 중국과 북한 미사일 조기 탐지를 위한 우주 자산 공동 운영에 대한 협력 등 협력의 폭과 수준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이 바라는 협력에 주목해야
일본이 미국과 이런 높은 수준의 협력이 가능한 것은 미·일 관계도 있지만, 무엇보다 두 나라가 국방상호조달에 대한 양해각서(RDP-MOU) 또는 협정서(RDA-A)를 체결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방부 조달규정(DFARS) 225.003항에 따라 일본·호주 등 28개국과 RDP-MOU 또는 RDP-A를 체결했다. 세계적인 방위산업 능력을 갖추고 있고 미국과 동맹국인 우리나라가 아직 체결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
미국이 우리 무기와 장비 등에 보이는 관심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목적 무인지상로봇 아리온-SMET은 지난해 겨울 하와이에서 미 해병대의 강도 높은 평가를 마쳤고, 이를 기반으로 미 육군 분대급 무인로봇 2차 사업에서 미국의 떠오르는 인공지능 및 드론 업체인 엔두릴을 주계약자로 참가하고 있다. 최근 미 해군은 우리나라가 개발한 70㎜ 유도로켓 비궁을 자국산 무인수상함에서 시험하여 6발 모두 해상의 표적에 명중했다.
하지만, RDP-MOU/A나 국산 무기의 우수함 말고는 부족하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동맹의 능력이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대응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의 요구(Needs)를 충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에 여러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게다가, 현재 주일미군 F-15와 F-16 전투기 정비를 한국에서 일본으로 이전하려는 협상도 미국이 진행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먹거리도 위협하고 있다.
호주도 미국과 영국의 도움으로 핵 추진 공격잠수함을 도입하는 오커스(AUKUS) 협정을 통해 미국제 유도무기를 자국에서 생산하고 심지어 수출까지 하려는 야망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미 의회도 제도적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동맹 지원에 아낌없이 나서고 있다.
일본과 호주 모두 중국의 확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대표적인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두 나라가 미국과 협력을 통해 방위산업 수출을 크게 늘릴 것으로 보긴 어렵다. 하지만, 최근 일본 기업들의 사례에서 볼 때 세계 무기 수출 1위를 기록하는 미국 방위산업에 일본제 부품과 기술이 늘어날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의 방위산업 협력이 수출 지향적인 우리 방위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도 있는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리고, 일본처럼 우리 업체들이 미국 방위산업과 연계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정부와 업체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업체들이 이런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미국이 바라는 협력의 수준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다시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는 고립주의를 지향하며 도널드 트럼프조차도 중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협력주의적 국제 관계만이 앞으로 우리 방위산업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ㆍ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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