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PLUS] 이우석은 4강에서 김우진을 만나고 싶다, 왜?
"개인전 욕심은 크지 않지만 올라가서 우진이 형이랑 재밌게 게임 한 번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미스터 텐' 이우석(27·코오롱엑스텐보이즈)은 맏형 김우진(32·청주시청)과의 대결을 간절이 원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우석은 3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32강에서 알레산드로 파올리(이탈리아)를 6-0(30-28, 28-26, 30-28)으로 꺾었다. 1세트와 3세트에서 세 발 다 10점을 꽂을 만큼 완벽한 경기력을 뽐냈다. 앞선 64강전에서도 이우석은 피터 부쿠발러스(호주)에 6-0(29-26, 28-26, 29-28)을 거두는 등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이우석은 "사실 컨디션이 아주 좋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첫 발, 두 번째 발에서 실수를 했는데 10점에 들어가 오히려 자신감 넘치게 쏠 수 있었다. 원하는 느낌대로 쏘지 못했는데 10점에 맞았다. 그래서 첫 엔드에서 팔을 많이 흔들었는데, 운도 작용했다. 마지막 엔드는 '10점을 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생겼다"고 했다.
이우석은 김우진, 김제덕(20·예천군청)과 호흡을 맞춰 남자 단체전 3연패를 일궜다. 특히 결승에선 신들린듯한 솜씨로 6발 모두 10점에 맞춰 '미스터 텐'이란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결승 경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우석은 "다시 경기를 봤다. 그런데 그때그때의 느낌은 기억나는데 어떻게 쐈는지는 기억이 끊겨 있다"고 했다. 이어 "우진이 형이 '네가 엄청난 각성 상태에서 표적지만 보고 쏴서 다른 건 기억 못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첫 올림픽인 리우 대회 때 형도 그런 경험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우석이 8강까지 뚫어낸다면 준결승에서 랭킹라운드 1위를 차지한 김우진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우석이 가장 기다리는 매치업이기도 하다. 이우석은 "솔직히 개인전 욕심은 크게 없다. 하지만 열심히 올라가서 우진이 형과 재미있게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4강에서 붙으면 한 명은 결승에 가니까 보시는 분들도 재밌고, 나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 차례 메이저대회 결승에서 만난 적이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다.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이었던 이우석이 금메달을 땄다면 병역 특례를 받아 조기전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슛아웃 마지막 발 동점 상황에서 이우석이 9점, 김우진이 10점을 쐈다. 이우석은 단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은메달에 머물러 병역 특례를 받지 못하고 만기 전역했다.
그러나 이우석에게 그 일은 '성장의 동력'이다. 이우석은 "제3자가 보기엔 안타깝겠지만, 내겐 우진이 형이 고마운 존재다. 마지막에 10점을 쏴서 내가 금메달을 못 땄다. 국군체육부대에 계속 있었던 게 자극제가 됐고, 성장할 수 있다. 그 일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다. 복수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우진과의 대결이 기다려지는 건 사실이다. 그는 "서로 잘 안다. 같이 대표팀 생활한 지 10년이 넘었다. 이 타이밍에 실수하면 상대가 치고올라온다는 것도, 10점을 쏴야 할 때라는 것도 알아 수싸움이 재미있다. 그래서 둘이 경기하면 좋은 기록이 많이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낸 형제 같은 사이다. 이우석은 지난 5월 예천 월드컵에서 김우진을 이긴 뒤 받은 마스코트를 김우진의 아들 주원 군에게 선물했다.
욕심은 없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마지막 발을 쏘면서 어머니 생각이 났다던 그가 어머니와 제대로 연락도 하지 않은 걸 보면 알 수 있다. 이우석은 "아직 부모님과 통화를 안 했다. 메신저로 경기에 집중해야 하니 끝나고 연락드리겠다고 했다. 대신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금메달을 걸어 드리겠다는 메시지를 남겨놨다. 한국에서 보자고 했다"며 웃었다.
파리=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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