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의 김문수 vs 슈뢰더의 하르츠

2024. 8. 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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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장관 후보자가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독일은 기업인 파격 발탁해 ‘어젠다 2010’ 개혁 성공


노동개혁은 입법과제…‘강성 인사’로 야당 설득되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노동 현장과 입법·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후보자”라며 “노동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인사 폭주 카르텔”이라며 “인사청문회조차 낭비”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반노동 인사 참사”라며 반발했다.

젊은 시절 노동운동가 출신인 김 후보자는 3선 의원과 재선 경기도지사를 역임했다. 하지만 그간 균형잡히지 않은 과도한 강성 발언으로 구설에 자주 휘말렸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형량에 비하면) 총살감”이라고 막말을 했고, 2022년 경사노위 국감 때는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다가 국감장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노동계·기업과 소통하며 정책에 대한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그런 그가 노동계와 국회를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근로시간 개편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등 산적한 노동개혁 이슈는 하나같이 입법 과제들이다.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뚝심 있게 밀어붙였던 ‘어젠다 2010’은 노동개혁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통일 이후 실업이 늘고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유럽의 환자’로 불렸던 독일이 그의 개혁 덕분에 부활했다. 인기 없는 정책 탓에 그 뒤 총선에서 패배했지만 슈뢰더의 개혁은 훗날 그의 치적으로 남았다. 개혁 성공에는 용인술도 한몫했다. 개혁의 추진체로 노동시장개혁위원회를 만들어 폴크스바겐의 노무 담당 임원이던 페테르 하르츠를 위원장에 전격 발탁했다. 민간 기업인에게 파격적으로 국가 개혁의 운전대를 맡긴 것이다. 위원회는 노동시장 유연화, 실업자 복지혜택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하르츠 보고서’를 냈고, 단계적으로 법제화에 성공했다. 슈뢰더의 개혁이 ‘하르츠 개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국을 찾은 하르츠는 “노동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치적 리더십,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후보자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노동개혁에 중요하다는 하르츠의 조언을 곱씹어보길 바란다. 108석의 여당만으로는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야당을 자극하는 오기(傲氣)로 비칠 인사가 거듭되고 있다. 그러니 ‘대통령이 보수 유튜브만 본다’는 세간의 인식이 생긴 것이다. 국민이 공감할 유능하면서도 균형 잡힌 인재를 적재적소에 임명하는 게 개혁을 위한 국정 동력의 불씨를 살려낼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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