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블랙요원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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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로 불리는 정보 요원은 외교관 등 공식 직함이 있는 '화이트'와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블랙'으로 나뉜다.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간부가 5년여간 블랙요원 신분 등이 담긴 군사기밀을 건당 100만원에 팔아넘기다 2018년에 들통이 나기도 했다.
정보사 군무원 A씨가 블랙요원의 신상 정보 등을 중국 동포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30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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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로 불리는 정보 요원은 외교관 등 공식 직함이 있는 ‘화이트’와 신분을 감추고 활동하는 ‘블랙’으로 나뉜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가 영국 비밀정보국(MI6) 소속 블랙요원이다. 블랙요원의 일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경우가 많다. 이스라엘 모사드의 블랙요원 엘리 코헨은 시리아 사업가로 위장, 시리아 권부로부터 정보를 입수해 당국에 제공했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6일 만에 승리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블랙요원은 존재 자체가 비밀이다. 이들 정체가 발각되면 파견국은 자기네 요원인 것을 부인한다. 국가정보원 청사에 새겨진 19개의 ‘이름없는 별’은 국가를 위해 일하다 순직한 블랙요원들을 무명으로 놔둔 채 추모한 것이다. 이처럼 안보 최전선에서 싸우는 블랙요원들이 자기 정부나 타의에 의해 신분이 노출된다는 것은 주요국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심심찮게 나타나니 한심하다.
2008년 9월 12일 정부 인사가 와병 중이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스스로 양치질 할 만큼 회복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쓰러진 뒤 2, 3주 후 정보를 입수했다”고까지 언급했다. 김정일 주변에 첩자가 있다고 떠든 셈이다. 북한은 블랙요원 색출에 나섰고 공든탑은 무너졌다. 재중 사업가로 위장해 북한과 접촉하고 김정일과도 만난 ‘흑금성’ 박채서씨는 90년대 말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의 정치 공작 와중에 신원이 노출됐다. 그의 대북사업도 허사가 됐다. 국군정보사령부 전·현직 간부가 5년여간 블랙요원 신분 등이 담긴 군사기밀을 건당 100만원에 팔아넘기다 2018년에 들통이 나기도 했다.
정보사 군무원 A씨가 블랙요원의 신상 정보 등을 중국 동포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30일 구속됐다. 신변 우려에 중국 동남아 등에 있던 블랙요원들이 급거 귀국했다. 블랙요원으로 자리 잡는데 10년 걸린다는데 국익에도 큰 타격이다. 자신이 현역 때 첩보 요원으로 활동했음에도 후배 등에 칼을 꽂았다. ‘이름없는 별’ 보기가 민망할 따름이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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