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작은 전투보다 큰 전쟁에서 승리하기
지속가능 기반 확보가 중요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 대체
준비하면서 정책 추진해야
무탄소를 성장동력으로 이끌
리더십을 기대하고 싶다
어릴 적 소설 ‘삼국지’에 대한 기억이다. 유비의 대의명분에 공감하고 연전연승하는 제갈공명의 신출귀몰 전략에 감탄한다. 그런데 촉나라는 왜 삼국통일의 주역이 되지 못했을까? 크고 나서 알게 되었지만 작은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큰 전쟁에서 패한 것이다. 탄소중립 전환과의 전쟁도 그러하다. 기후협약 탈퇴를 예고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유력해지고 중국은 태양광, 풍력, 전기차 등 탄소중립 시장에서 강자로 등장했다. 유럽 사회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후유증을 최소화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도 탄소중립은 장기적이다. 작은 전투보다 큰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탄소중립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탄소중립 전환의 핵심인 화석에너지 사용 성격을 깊게 이해하고 이에 기반한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잘 알다시피 우리는 90%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고 거의 대부분이 화석연료다.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의 약 90%를 차지한다. 석탄은 38%, 석유는 30%, 천연가스는 20% 정도다. 그렇다면 석탄, 석유, 가스는 어디에 사용되며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석탄의 3분의 2는 전력 생산에 사용되고, 3분의 1은 철강 생산에 사용된다. 석탄 배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석탄의 전력 생산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대체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스발전이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무탄소 발전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철강은 어떻게 하나? 철강산업을 구조조정하든가 석탄 기반에서 수소 기반의 철강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성장 산업으로서의 수소산업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석유의 반은 수송 분야 내연기관에 사용된다. 자동차, 버스, 트럭 등에 사용되는 휘발유와 경유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차량들은 현재 전기차 (또는 수소차)로 전환돼 가는 중이라 장기적으로 석유 사용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러한 전환 과정에서 전기차와 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며 정유산업의 축소가 예상된다. 석유의 나머지 반은 나프타라는 석유화학산업 원료다. 원료 없는 화학산업이 존재할 수 없기에 대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 화학산업은 플라스틱, 화학섬유, 고무, 각종 화학물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석유계 나프타 사용을 줄이고자 한다면 생물 자원에 기반한 원료나 플라스틱 재활용을 해야 한다. 화석연료 사용이 불가피하다면 이산화탄소를 포집, 저장, 전환해야 한다. CCUS라고 하는 기술이다. 현재로는 경제성이 없지만 향후 산업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 하여튼 범용성 화학제품에 의존하는 현재의 화학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가스의 반은 전력생산에 사용되고 나머지 반은 산업과 가정·공공 분야에 사용된다. 먼저 가스 전력 생산은 당분간 석탄발전의 일부가 전환되면서 증가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가스 역시 화석연료이므로 잠정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석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무탄소 발전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머지 가스의 반은 산업이나 가정·상업 분야에 열에너지 공급 목적으로 사용되므로 이 경우 효율적인 열에너지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 열에너지 정책 개선과 히트펌프 기술 개발, 히트펌프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지금도 우리 사회에서 탄소중립 전환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기술개발과 법과 제도 등의 정비도 일부 이뤄지고 있다. 탄소중립은 화석연료의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고 우리 사회에서 화석연료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분 석탄과 반 이상의 가스가 전력 생산에 사용되고 최종에너지의 50% 이상이 열에너지 수요임을 자각한다면 재생에너지 확산과 같은 전력 정책과 열수요와 공급을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열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이해당사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 혁신의 중요한 시간을 놓치게 된다. 기여도와 중요도에 따라 대책을 세우고, 탄소중립 전환과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키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탄소중립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시점이다.
윤제용(서울대 교수·화학생물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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