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이 트럼프타워에 간다면 [김현기의 시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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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처럼 촐랑거릴 필요 없다지만
우리에게 창의력과 혜안 있긴 하나
획기적 외교성과 없는 이유 찾아야
」
#1 지난 주말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은 파격이었다.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한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난 '비트코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가상화폐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취임 첫날 해고하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기존 입장의 180도 선회다. 트럼프는 1기 재임 당시 가상화폐를 '허상'이라고 했다. 퇴임 후인 2021년에도 '신용 사기'라고 했다. 무엇이 트럼프의 생각을 확 돌려놓은 것일까.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트럼프 운동화'. 트럼프는 올 2월 자신의 이름 앞글자 'T'를 새긴 금색 운동화를 선보였다. 암호화폐 결제가 가능하게 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기분이 좋아진 트럼프는 "암호화폐가 생명력을 얻었다"며 환호했다. 또 하나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 암호화폐 결제 아이디어는 그의 작품이었다. 콘퍼런스 행사도 자신의 선거구 테네시주로 유치했다. 사업가 출신인 해거티는 현재 은행위원회 소속으로 가상화폐 규제를 철폐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가상자산 업계는 해거티를 통해 트럼프를 공략했다. 그리고 해거티는 트럼프와 주 1회 고정으로 만나면서 트럼프의 생각을 바꿔놓았다.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임을 설득했다. 트럼프가 솔깃하자 바로 '친 가상화폐' 성향의 트럼프 수퍼팩(정치활동위원회)들이 속속 생겨났다. 그러곤 트럼프 측에 2억3000만 달러(약 3180억원)를 내놨다.
일련의 흐름은 '트럼프 공략법'을 새삼 일깨워준다. '대가'만 있으면 트럼프는 생각을 바꿀 수 있으며, 그 '대가'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그냥 앉아있어선 안 되고 '운동화 암호화폐 판매'같은 참신한 창의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2 해거티가 이미 일본의 트럼프 창구가 됐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워싱턴 외교가에 돈다. 실제 올 4월 트럼프 타워에서의 트럼프-아소 전 총리 독대를 성사시킨 것도 해거티였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일본을 향해 우리 정부는 "촐랑거릴 필요가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최근 우리 외교 대응으로 볼 때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적극성도, 치밀함도 찾아보기 힘들다. 실현 가능성은 별개로 치더라도 기개와 기지가 넘치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참모가 보이질 않는다. 혹은 뭔가가 그걸 막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스라엘 외무장관이던 시몬 페레스가 생전에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구리온 총리에게 이렇게 물었다 한다. "왜 이렇게 문제투성이의 모세 다얀(외교·국방장관 역임)을 늘 곁에 끼고 돕니까." 벤구리온의 답은 이랬다. "다얀은 100개의 아이디어가 있어. 그중 95개는 위험하고 3개는 현실에 안 맞아. 그런데 나머지 2개가 기가 막혀." 다얀의 창의적 발상, 그리고 그걸 골라낸 지도자 벤구리온의 혜안이 이스라엘의 도약을 이끌었다.
자, 지금 우리에겐 그런 다얀과 벤구리온이 있는가. 삼성·SK·현대차를 동원해 미국 좋은 일만 시켜줬지 우리 정부가 외교적으로, 국가적으로 미국에 크게 얻어낸 건 뭐가 있을까.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두고도 뭔가 빅 카드, 대가가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결국은 또다시 "앞으로 일본 조치를 믿어보겠다"다. 얻은 게 없다. 창의력의 빈곤 때문이다. 일본은 뒤돌아 웃는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방한한 일본 주요 인사가 '트럼프 비책'이라며 전해준 아이디어 하나를 소개한다. "트럼프 당선 직후 윤석열-기시다(혹은 새로운 일 총리)가 바로 손잡고 트럼프타워에 가라. 단독으로는 양자 모두 가기 힘들다. 외교관들은 무조건 반대할 테지만 무조건 가라. 그리고 '한·미·일 3각 동맹'이 '굳은자'임을 대내외에 각인시켜라. 대신 '대가'를 만들어 가라. 그것 말고는 초반 트럼프 마음을 잡을 수 없다." 성사 여부는 둘째 문제다. 우리 내부에서도 이런 창의력이 가동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현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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