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서]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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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거주하는 한모(74)씨는 1인 가구다.
모친은 치매 진단과 동시에 국가로부터 다양한 복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을 봤는데, 성남 구시가지에 거주하는 이웃 가운데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데도 복지 신청 방법을 몰라 치매를 앓으면 곧바로 위기 가구로 전락하는 일을 접하고는 복지 연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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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거주하는 한모(74)씨는 1인 가구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다 건강이 나빠져 활동을 중단했다. 질병으로 고생하는데 소득마저 끊기면서 위기 상황에 놓인 한씨에게 지난 4월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복지코디가 찾아왔다.
복지코디는 복지 코디네이터의 줄임말이다. 생계가 어려워 도움이 필요한데 어디로 가서 복지 신청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이들을 돕는 사람들이다. 놓치기 쉬운 복지 정보를 알려주고 기관에 연결해 혜택을 받도록 이끈다.
만나교회는 올해 초 사회복지 전문인과 목회자가 포함된 복지코디 사역팀을 출범했다. 한씨처럼 급작스럽게 위기에 놓인 이웃을 찾아내 주민센터 복지팀에 안내한다. 긴급복지 지원 생계비를 제공하는 동시에 건강생활 유지를 위한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고 통합사례 관리까지 연결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보통은 교회가 후원과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고 위기 이웃 발굴 영역에는 없었는데, 교회가 지자체와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찾으니 든든한 후원군이 생긴 셈”이라고 밝혔다.
지난 24일 성남시청에선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 지원하고 돌보는 복지 안전망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위기 가구 발굴 및 지원업무 협약’이란 긴 이름의 협약식이 있었다. 만나교회와 성남시가 복지코디 협력을 통해 위기 가구를 발굴하는 일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다. 현장에서 만난 신상진 성남시장은 “1인 가구 고독사 방지를 위해 노력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서 “지역사회 복지 사각지대를 교회가 함께 찾아주시니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는 수년 전 치매를 앓다 별세한 어머니를 생각하며 복지코디 사역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모친은 치매 진단과 동시에 국가로부터 다양한 복지 혜택이 주어지는 것을 봤는데, 성남 구시가지에 거주하는 이웃 가운데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데도 복지 신청 방법을 몰라 치매를 앓으면 곧바로 위기 가구로 전락하는 일을 접하고는 복지 연결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분당의 규모 있는 교회들과 함께 복지코디 사역 방법을 공유하는 한편 다른 종교단체로도 지자체와의 협력이 확대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한국 사회는 저출생, 고령화 등 급격한 인구구조 변동을 겪고 있다. 1인 가구 급증과 더불어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 문제가 심각하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정책 대처 수요 1번으로 고독사 문제를 꼽는다. 지자체가 복지 역량을 총동원해 위기 가구를 찾아내려 노력하지만 코로나 이후 무연(無緣) 사회 경향이 더 짙어져 쉽지 않다. 특히 중장년층 남성 고독사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불황으로 파산하거나 퇴직을 당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다가 가족관계가 나빠져 이혼하고 폭음 등으로 건강이 악화해 빌라촌을 전전하다 고독사하는 경우가 많다.
고독사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역 공동체 운동에 기반을 둔 자원봉사 시스템이다. 대체 가족이 될 수 없는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교회는 사도신경을 통해 성도의 교제를 되뇌며 신앙 공동체로서 거듭남을 강조한다. 한국교회가 1인 가구 고독사를 막는 생명 지킴이 활동의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다.
예수 그리스도는 복음서에 기록된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해 “누가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겠느냐”(눅 10:36)고 묻는다. 제사장도, 레위인도 아닌 자비를 베푼 사마리아인이라고 답하자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말씀한다. 과거와 달리 복지체계가 복잡하게 발달한 지금은 질병과 빈곤이란 강도 만난 이웃을 찾아내 국가 복지체계와 연결하는 시스템이 더 중요해졌다. 강도 만난 자의 보다 체계적인 이웃이 될 한국교회를 응원한다.
우성규 종교부 차장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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