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음식과 약] 더운 날 과식하면 안 되는 이유
더우면 식욕이 줄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는 인체의 항상성과 관련된다. 우리 몸은 체온을 항상 일정한 범위 내로 유지해야 하는데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 흡수, 대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인해 체온을 조절하기 더 어려워진다. 음식의 발열 효과는 영양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단백질은 섭취 칼로리의 20~30%, 탄수화물은 5~10%, 지방은 0~3%까지 열로 소모된다. 여름밤에 치맥을 먹고 나면 더위서 더 자기 힘든 것은 알코올 뿐만 아니라 닭고기 속 단백질 때문이기도 하다.
몸의 입장에서는 더운 날씨 속에 과열되지 않도록 일하기도 벅차다. 이 와중에 굳이 고칼로리 음식을 먹으면 체온 조절만 더 어려워진다. 더위에 식욕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그런 면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흐름을 무시하고 과식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 젊고 건강한 성인은 어쩌다 한 번 과식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20년 영국 연구에서는 22~37세인 14명의 건강한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과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우선 참가자들에게 배부를 때까지 피자를 먹도록 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섭취량은 라지 사이즈 피자 한 판에 조금 모자란 1500kcal였다. 다른 날에는 더는 먹을 수 없을 때까지 피자를 먹도록 했다. 그 결과 평균 섭취량은 피자 2.5판에 가까운 4800kcal였다. 하지만 혈액 검사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본 결과 두 경우에 커다란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혈당과 혈중 지방 수치가 배가 터지도록 먹을 때 배부를 때까지 먹을 때보다 조금 상승한 정도였다. 두 경우에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과식한 뒤에 졸음과 피로를 느꼈다는 것이었다. 또한 과식한 경우 참가자의 심박수가 빨라지고 인슐린과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수치가 증가했다. 젊고 건강한 성인은 한 번 과식하더라도 인체가 더 열심히 일해서 적응할 수 있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만성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르다. 단 한 번 과식하는 것도 위험하다. 미국심장협회에 따르면 과식은 격렬한 운동이나 화를 폭발하는 것만큼이나 심장발작 위험을 높인다. 심장마비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심장발작 26시간 전에 식사량을 설문 조사하여 얻어낸 결과다. 평소보다 음식을 많이 먹고 나면 2시간 뒤 심장발작 위험이 무려 4배 증가한다. 과잉의 음식을 대사하는 과정에서 심박수가 높아지고 인체에 부담이 커지는 걸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결과다.
더워서 힘든 몸을 더 힘들게 하지 않으려면 여름에는 과식을 피하는 게 좋다. 과거에는 보양식으로 삼복더위를 이겨냈지만, 이제는 다르다. 과일이나 채소처럼 수분이 많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을 먹어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고 가볍게 더 자주 먹는 게 더위를 이겨내는 더 좋은 방법이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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