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묵의 과학 산책] 딴짓하며 배우기
사회생활에는 크고 작은 모임이 많다. 친지·교육·직업 관련 모임과 동호회 등 목적과 규모가 다양하다. 학자들에게는 학회가 있다. 관련 분야 사람들이 모여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경청하고 토론한다. 주제가 세분화되어 당장 자기 분야가 아니면 하나도 못 알아들을 때도 많다. 고리타분해 보이지만 학회는 일종의 축제이고 자극의 장이다.
한국 고등과학원에서는 많은 학회가 열리는데, 이번 여름 방문 중 두 학회에 참석했다. 하나는 복잡계와 양자현상, 그리고 다른 하나는 비평형 통계역학이 주제였다. 이에 관한 물리나 화학 이론 공부를 해보지 않았을 경우 이 용어들이 어떤 어감을 줄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교양과학 서적이나 인터넷 자료가 많아 관심만 있으면 주제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래도 이론 학회들이라 발표는 온갖 수식과 그래프로 점철된다. 몇 달에서 몇 년 이상 걸려 유도하고 계산한 결과를 20~40분 안에 발표하는 것이니 따라가기 쉽지 않다. 발표자에 따라 설명의 명료함에도 차이가 크다.
며칠간 열리는 학회에서 이해 정도는 들쭉날쭉인데, 못 알아듣는 발표는 다른 면에서 유익하다. 많은 직업이 그렇듯이 연구하기는 항상 벅차서 학회 참가에 며칠 시간 내는 것이 여유치 않아 학회장에서도 종종 일하게 된다. 참가자가 많으면 익명성이 있어 딴 일 하는데 눈치 덜 보이고 발표를 못 알아들을수록 내 일에 집중이 잘 된다. 틈틈이 흘끗흘끗 앞사람 어깨 너머로 모르던 지식도 덤으로 배운다. 스터디 카페가 아니라 스터디 학회다. 발표 외에 휴식이나 식사시간에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과의 대화도 이야기의 구체적 내용보다는 분위기에서 배우게 되고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연구도 인간 활동이니 학회의 기능은 정보의 기계적 전달보다는 활동성을 높이는 데 있다. 더 일반적으로 이는 무엇이 효과적인 교육인가도 성찰하게 해준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A&M대 생명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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