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학생 10명의 ‘알프스 하모니’…더위 싹 날렸다
지난달 22일 오후(현지시간) 스위스 베르비에의 한 극장. 한국의 바이올린 연주자 박서현(19)과 김수언(17)이 무대에 올랐다. 객석에는 지난달 18일 개막해 2주 동안 이어지는 베르비에 음악제의 관객 중 100여명이 앉았다.
현재 음악대학 학생인 두 바이올리니스트는 비예나프스키의 두 대 바이올린을 위한 카프리스를 연주했다. 이어 한국 학생 10명이 연주를 이어갔다. 윤이상의 4중주, 생상스의 7중주와 다소 생소한 작곡가인 조지 온슬로, 프란츠 차드카의 곡까지 이어졌다. 어려운 프로그램이었지만 10·20대 학생들은 집중력 있는 연주를 선보였고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나왔다.
이날 공연한 이들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후원하는 장학생들이다. 재단은 2009년부터 문화예술을 연마하는 중학생부터 대학생 인재를 후원하고 있다. 전액 등록금, 학습 지원비, 해외진출 장학금, 국제대회 경비 및 수상시 우수장학금 등으로 지금까지 2700명에게 113억원을 지원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김송현, 첼리스트 한재민, 바이올리니스트 위재원 등이 대표적인 이 재단 장학생 출신 음악가들이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장학생들은 ‘온드림 앙상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매해 공연 등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데뷔한 베르비에 음악제는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스위스의 명망있는 여름 음악제다. 알프스 자락의 대표적 휴양지인 베르비에에 전세계 일류 연주자가 모이고, 이들의 연주를 보러 유럽과 세계 전역에서 클래식 음악 애호가가 모여든다. 올해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한국 최초로 이 축제의 파트너사로 참여하면서, ‘온드림 앙상블’의 10·20대 연주자 10명이 베르비에의 아카데미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한창 음악을 공부하는 중인 학생들은 이날 데뷔에 감격스러워했다. ‘온드림 앙상블’의 최연소 연주자인 김수언은 “항상 꿈꿔왔던 베르비에 페스티벌에 직접 가게 된, 꿈같은 기억”이라며 “언젠가 메인 무대 연주자로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밖에 비올라 김금남(21), 첼로 최아현(18), 더블베이스 문준하(19), 클라리넷 안수민(20), 호른 최선율(19), 트롬본 박지수(19), 피아노 지현규(22)·신윤선(19)이 처음 베르비에 무대에 섰다.
베르비에 음악제는 유명 연주자들의 무대뿐 아니라 젊은 음악가들에 대한 기회 제공을 중요한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교육을 위해 축제에 참여하는 아카데미 학생들은 2주 동안 100회 가까이 공개레슨·워크숍 등에 참여할 수 있다. 베르비에 음악제의 스테판 맥홀름 아카데미 담당 감독은 “젊은 음악가들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중요하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과 베르비에는 그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협력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세계적 축제인 베르비에 데뷔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했다. ‘온드림 앙상블’을 지도하며 이번 무대에서 함께 연주한 성재창(서울대 교수, 트럼펫)은 “쉽지 않은 선곡에 세계적 수준의 관객들이었는데, 학생들이 주눅 들지 않고 연주해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현악기 지도교수인 김현미(한국예술종합학교, 바이올린)도 “학생들의 근성이 기대보다 더 훌륭했다”고 칭찬했다.
베르비에 연주에 앞서 ‘온드림 앙상블’은 스위스의 유서 깊은 음악학교인 취리히 음악원과 협약도 맺었다. 이 음악원의 에리히 줌스타인 총장은 지난달 19일 협약식에서 “클래식 음악 인재의 육성에 집중하는 두 기관이 젊은 음악가들의 국제 교류에 도움을 주게 돼 기쁘다”고 했다. 이번 방문에서 ‘온드림 앙상블’ 학생들은 취리히 음악원 교수진에게 레슨을 받고, 음악 관련 강의도 들었다. 호른을 전공하는 최선율은 공개레슨 후 “SNS나 오케스트라 무대에서만 보던 교수님들께 레슨을 받게 돼 영광이었다”며 “연주 때 항상 고민이었던 것들을 쉽고 간단하게 풀어주셨다”고 했다.
정무성 현대차 정몽구 재단 이사장은 “이번 여정을 통해 젊은 음악 인재들이 세계를 향한 더 큰 꿈을 가지게 됐기를 바란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지원으로 국제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취리히·베르비에=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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