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취임 첫날, KBS·방문진 이사 선임안 강행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첫날인 31일 방통위가 전체회의를 열고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6인 임명안과 KBS 이사진 7인 추천안을 의결했다.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인사 중에는 허익범 법무법인 허브 대표변호사가 눈에 띈다. 허 변호사는 2018년 6월부터 3년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특검을 맡아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징역 2년 실형을 이끌어냈다. 허 변호사가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의 후임으로 이사장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임무영 변호사는 서울고검 검사 출신이다. 임 변호사는 2020년 검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것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이외에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자문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이 임명됐다.
KBS 이사로 추천된 7인 중에는 전임자인 서기석 KBS 이사장, 권순범 KBS 이사가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류현순 전 한국정책방송원장, 이건 여성신문사 부사장, 이인철 변호사, 허엽 영상물등급위원회 부위원장, 황성욱 전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이 KBS 이사로 추천됐다.
이로써 방문진 이사진(9명)은 당초 야권 우위에서 여권 우위로 전환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안형준 MBC 사장의 교체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방문진 이사회는 이사 6명만 참석해도 회의를 개최해 안건을 의결할 수 있다. 현재 재직 중인 방문진 이사 9명의 임기는 8월 12일, KBS 이사 11명의 임기는 8월 31일에 만료된다. KBS 이사진(11명)은 이미 지난해 여권 우위 구도로 재편됐다.
방통위 전체회의는 오후 5시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의 ‘2인 체제’로 개의했다.
이진숙 탄핵안 내일 표결할 듯…여권 “자진사퇴 않을 것”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2인 방통위가 불법으로 방문진·KBS 이사를 선임했다”며 “도둑 회의 의결이자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김현 민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 분야 문외한인 김 상임위원과 둘이서 공영방송 이사를 뽑는 폭거를 진행 중”이라며 “내일(1일) 민주당과 야 5당이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일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기 전 사퇴하고 한 달 만에 여야 전면전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반면에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방통위 ‘2인 체제’의 원인 제공자는 민주당”이라며 “자신들이 만들어낸 ‘2인 체제’를 빌미로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연거푸 강행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그러면서 “하루빨리 야당 몫 방통위원 후보자 2인을 추천해 ‘5인 체제’를 복원하는 데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 탄핵안이 1일 제출되면 2일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제출돼도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한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인 이상휘 의원은 “직무정지는 처음부터 예상한 것이고, 자진 사퇴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할 일을 한 거고, 걸릴 게 없지 않은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언급하며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방송과 통신 정책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두 분의 큰 희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방통위에 부여된 책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임명안 재가 직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도 생략한 채 곧장 방통위 집무실로 출근했다.
손국희·김민정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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